경남 합천군이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함께 사업을 벌이던 민간 사업자가 250억 원을 들고 잠적해버렸습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세금으로 갚게 생겼습니다.
홍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남 합천군의 한 공사현장.
장비는 멈춰 섰고 일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습니다.
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공사를 주관하던 민간사업자 A씨가 잠적하면서 중단된 겁니다.
전임 군수 시절인 2021년.
합천군이 A씨 업체와 200실 규모 호텔을 건립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총사업비는 590억 원, 업체는 자본 40억 원을 제외한 550억 원을 대출받고, 합천군이 채무 보증을 섰습니다.
대신 호텔을 지어 합천군에 기부 채납한 뒤 20년간 호텔 운영권을 갖고 수익금으로 대출금을 갚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A씨가 돌연 잠적했고, 합천군은 뒤늦게 대출금 중 250억 원이 사라진 걸 알았습니다.
빚을 떠안게 된 합천군은 결국 사업포기를 선언하고, 대출금 550억 원 중 263억 원을 우선 상환했습니다.
[김윤철/ 경남 합천군수]
"현재로서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피해를 가장 최소화 하는…"
수백억 원이 오가는 대형 사업인데도 관리 감독은 허술했습니다.
채무보증을 서면서도 정작 대출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알 수 없는 비정상적인 계약을 맺었습니다.
군의회 검증도 부실했습니다.
대형 호텔업체가 위탁운영 한다는 업체 말에, 별다른 검토 없이 통과시켰습니다.
[고동의/ 시민단체 '함께하는 합천' 사무국장]
"군이 그냥 일방적으로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군의회도) 세밀한 검토 없이 동의를 했다는 거는 책임이 있는 거죠."
합천군이 앞으로 대신 갚아야 할 돈은 287억 원, 하루 이자만 6백만 원이 넘습니다.
합천군은 A씨 등을 경찰에 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계획이지만, 치적 쌓기에 매몰돼 수백억대 사기를 당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채널A 뉴스 홍진우입니다.
영상취재 김덕룡
영상편집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