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저지른 잔혹 범죄, 우리나라에선 사형을 구형하기도 쉽지 않죠.
일본에선 열아홉살 때 살인을 한 남성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결이 처음 나왔습니다.
나이가 어려도 흉악 범죄엔 선처는 없다는 겁니다.
도쿄에서 김민지 특파원입니다.
[기자]
고요한 새벽, 시뻘건 불꽃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같은 학교 여학생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열아홉 살 남학생 엔도 유키가 여학생의 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겁니다.
10대의 잔혹한 범죄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로부터 2년 3개월 뒤인 이달 18일, 야마나시현 고후시 지방 법원은 특정소년법을 적용해 그에게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10대 때 저지른 범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첫 사례가 됐습니다.
"강한 살의에 근거한 냉혹한 범행"이며 "반성의 기미도 없다"는 것이 사형 선고의 이유입니다.
1997년 당시 만 열네 살 남자 중학생이 2명을 연쇄 살해하는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8년만 복역하고 나오는 사례가 나타나자 피해자 유족들을 중심으로 소년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제기돼 왔습니다.
2년 전 일본 성년 기준이 만 18세로 바뀌면서 민법상 성인인 만 18, 19세를 성년과 소년 사이인 특정 소년으로 분류해 기소되면,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고 신상 공개도 가능해진 겁니다.
청소년 범죄 피해 유족들은 이번 엔도의 사형 선고가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케 루리코 / 소년범죄피해당사자 모임 대표]
"정말 잔혹한 범죄를 일으켰기 때문에 소년이라도 그 죄에 맞는 벌은 사형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줄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2022년 7월 마지막 사형 집행을 했습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현재 복역 중인 사형수는 106명입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김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