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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왕, 수해 현장 찾았다 욕설에 진흙 ‘봉변’
2024-11-04 11:21 국제

 [발렌시아=AP/뉴시스] 3일(현지시각)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파이포르타 마을을 방문한 필리페 6세(가운데) 국왕이 성난 수재민의 얘기를 듣고 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과 함께 홍수 최대 피해 지역인 발렌시아를 찾았다가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진흙 세례를 받는 등 '봉변'을 당했다. 2024.11.04.

스페인 국왕과 총리가 홍수 피해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진흙세례를 맞았습니다.

현지시각 3일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는 왕비와 페드로 산체스 총리, 칼를로스 마손 주지사와 함께 수해로 62명이 숨진 발렌시아주 파이 포르타를 방문했습니다. 성난 주민들은 이들 일행에게 "살인자들", "꺼져라" 등의 욕설 퍼부으며 오물과 진흙을 던졌습니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웠지만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았습니다. 결국 이들은 예정보다 일찍 현장을 떠났고,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습니다.

스페인 왕실 일가가 국민들로부터 물건을 맞거나 욕설을 듣는 일은 이례적입니다.

스페인 방송 RTVE는 이날 군중이 던진 물체에 돌 등 딱딱한 물체가 섞여 있었으며 경호원 두 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산체스 총리의 차량 창문도 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펠리페 6세는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온전하다는 희망과 보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수재민들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이상 걸렸고 수색과 복구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며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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