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선 '키 크는 주사' 열풍입니다.
1년에 천만 원이 넘기도 하고, 진료 대기에만 5년 걸리는 병원도 있는데요.
이 주사만 맞으면 아이들 키가 클까요.
현장카메라, 김승희 기자입니다.
[기자]
요즘 이렇게 아이 키를 크게 해준다는 병원들이 부쩍 많이 보이죠.
이곳에서 사용하는 성장호르몬 주사, 일명 키 크는 주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성장클리닉입니다.
평일 낮이지만 학부모와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A 성장클리닉]
"3시, 지금부터는 밀린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한 시간도 대기할 수 있고요."
이곳에서 동네 친구를 만나는 건 흔한 일입니다.
[현장음]
"야! 신○○! (너도 학교 빠지고 왔어?)"
'키 크는 주사'로 유명한 한 대학 병원도 찾아가봤습니다.
진료 예약을 문의하자 믿기 힘든 답변이 돌아옵니다.
[B 대학병원]
"28년도까지 다 찼어요. (2028년이요?) 29년도가 제일 빠른데 아직 오픈을 안 해가지고."
'출산 전 성장클리닉 예약은 필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중에 알려진 키 크는 주사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든 성장 호르몬이 들어있습니다.
보통 초등학생 기준으로 1년간 4cm 이하로 컸다면 저신장으로 분류됩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치료제인 겁니다.
[안가을 /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
"104cm에서 시작했고 1년 딱 치료하니까 10cm가 크더라고요. 지금은 146cm 정도."
하지만 자녀가 조금이라도 더 컸으면 하는 바람에 성장판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주사를 맞히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A 씨 / 학부모]
"성형수술을 선택하듯이 그런 류의…주위 친구들이 다닌다고 해서 왔어요."
아이가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모 씨 / 학부모]
"'(아이가) 주사를 맞고 싶다, 친구들도 맞는다.' 이래서 저희도 좀 거리낌 없이 갔던 거죠."
1회 투약 비용은 평균 3만 원 내외로 거의 매일 맞아야해 1년 치 주사 값이 1000만 원을 넘기도 합니다.
[송모 씨 / 학부모]
"1년에 차 한 대 값. 몸무게가 늘어나면 약의 용량이 늘어나니까."
시장 규모도 4445억 원까지 커졌는데, 주사를 맞는다고 무조건 키가 자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안가을 /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
"2년 차 정도 됐을 때 당 수치가 높게 나와서. 그 이후에 또 척추 측만증이 의심된다고."
[송경철 / 강남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교수]
"성장판 (공간)이 거의 안 남았을 때 치료하는 건 사실 지양해야 하고, 기저질환(소아당뇨·척추측만증)이 없는지 잘 확인하고 치료를 해야 합니다."
아이의 키만 클 수 있다면 뭐든 해줄 수 있다는 게 부모 마음이라는데요.
어떤 방법이든 아이의 몸과 마음을 해치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겠죠.
현장카메라 김승희입니다.
PD 장동하
AD 송시원
작가 신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