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1933년 히틀러는 수권법을 제정하여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입법권을 탈취해 갔다"며 "지금 민주당의 광란에 찬 폭주는 삼권 분립의 붕괴와 이재명 유일 체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히틀러 정권에 빗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달 새 권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히틀러를 소환한 건 총 6번입니다. 어제(23일) 탄핵이 기각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직무에 복귀하자 "히틀러가 집권하자마자 선전장관 괴벨스가 처음 한 일이 언론사 통폐합이었다"며 "이재명 세력이 집권하면 어떤 일부터 할지 알 수 있다"고도 꼬집었죠.
계속 히틀러를 소환하는 이유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오늘(24일) 제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사람이 행정부 권력까지 거머쥐었을 때는 소위 독재자의 길로 가기 쉽다. 그간 이 대표의 행태를 보면 집권까지 하게 되면 히틀러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요.
'히틀러' 관련 서적 읽으며 열공 중
권 원내대표는 물론 보좌진까지 '히틀러 국가', '히틀러의 법률가들' 등 다양한 책을 탐독하며 히틀러를 ‘열공’하고 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티머시 스나이더가 쓴 책 '폭정'을 당내 의원들에게 한 권씩 선물한 적도 있는데요. 최근 '거야(巨野)'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입법 독주를 보면서 히틀러 정권을 떠올리게 됐다는 게 권 원내대표 측 설명입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5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죠. "만에 하나 조기 대선이 있다면 지금부터 이재명 대표의 극악무도함을 계속 얘기해야 한다"고요. 당이 이 대표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대표 전략으로 이 대표 하면 히틀러를 떠올리게 하는 '연상 기법'을 쓰는 겁니다. 권 원내대표가 "이재명의 민주당과 히틀러의 나치는 100년의 시차를 두고 태어난 독재의 쌍둥이"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민주당의 '독재' 프레임이 각인되면서 여당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다는 게 여당 지도부의 자체 판단입니다.
권 원내대표 측은 히틀러 정권의 주요 이슈를 정치, 외교, 언론 등 분야별로 분류해 이재명 대표 발언이 나오면 접목하는 작업을 하는 걸로 전해집니다. 원내에선 이 대표 실시간 발언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과거 발언들도 전부 수집해 데이터화하고 있는데요. 이 대표의 현재 발언과 모순된 과거 발언이 확인되면 바로 나치즘과 연결해 비판한다는 겁니다.
권 원내대표의 히틀러 공세에 민주당은 발끈했죠.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를 히틀러, 나치 게슈타포 등에 비유한 것은 모독이고 유권자의 눈을 속이려는 흑색선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권 원내대표 측은 히틀러 소환을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메시지팀엔 작가 출신 보좌관
"재판 지연을 위한 황당무계한 침대축구 전술" "왜 여론조사 업체의 팔목을 비트냐.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체중계를 부수는 꼴"…. 이 대표를 겨냥한 권 원내대표의 현란한 비유는 기사 제목을 자주 장식하는데요. 권 원내대표의 날 선 메시지 뒤엔 '메시지팀' 참모들의 활약도 있습니다. 작가이자 광주 출신인 A 보좌관은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다 보수 진영으로 전향해 '좌파 카르텔 직격 전문 참모'로 불리는데요.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메시지 작성을 돕기도 했죠. 여전히 다른 의원들은 "내가 데려왔어야 했는데…"라며 호시탐탐 노리는 참모인데요.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일하다가 국회 입성한 B 보좌관은 권 원내대표의 '직격' 메시지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죠.
선거도 결국은 메시지 전쟁인데요. 권 원내대표의 ‘직격’이 유권자들에게 통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