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탈북민 김은주 씨가 주유엔 북한 대표부를 찾아가자 북한 대표부 직원이 문을 닫는 모습.
22일(현지시각) 탈북민 김은주 씨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찾았습니다. 북한 내 인권 유린 상황을 규탄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김 씨는 1999년 12세의 나이에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강제 송환돼 수용소에서 가혹한 대우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씨가 자신을 ‘탈북자’라고 소개하자 북한 대표부 직원은 문을 닫으려 했고, 김 씨가 이를 막으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북한 직원은 듣지 않은 채 문을 세게 닫았습니다. 결국 서한은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닫힌 문 앞에서 "여러분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북한 정권을 대변해 인권 유린에 가담한다면 언젠가 여러분도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이후 뉴욕 내 11개국 외국 유엔 대표부를 찾아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앞서 김 씨는 20일(현지시각) 유엔총회장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첫 고위급 회의에 초청을 받아 북한 인권의 실상을 고발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날에도 젊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현대판 노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북한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을 향해 '인간쓰레기'라고 욕설을 퍼부은 뒤 총회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북한은 23일 조선인권연구협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에 대해 "극악무도한 정치적 도발 행위"라고 비판하며 탈북자들을 향해 "한 줌도 못 되는 인간 오작품들"이라며 또 다시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뉴욕=조아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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