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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별이 아닌…“나라를 지키고 싶다”
2017-08-10 19:44 뉴스A

갑질 때문에 대한민국 육군 대장 부부가 군검찰에 소환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이 오랜 관행을 뿌리 뽑을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변종국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간부가 못 되게 굴면, 전쟁났을 때 '저 간부는 아군의 총에 맞지않을까'…"

<전모 씨 / 박찬주 대장 부인 >
"그냥 아들같이 생각하고 했지만.

"준장으로 진급을 하게 되면 신변의 108가지가 변한다고 그래요. 공관이 생기고, 운전병이 생기고 공관병이 생기고 비서병이 생기고…"

<박찬주 / 육군 대장>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물의를 일으켜 가지고 정말 죄송한 마음이고"

--"나는 나라를 지키고 싶다"--

박찬주 대장이 2년간 근무했던 제 2작전사령부.

갑질 파문 이후 함구령이 내려졌습니다.

[제2작전사령부 관계자]
"(갑질 관련)입조심 하라고 그런 얘기는 하더라고요."

하지만 간부들의 갑질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제2작전사령부 관계자>
"사모님(박 사령관 부인)이 뭐 던지는 걸 작업 갔다 본 사람도 있고. (무슨 작업 하러요?) 예초나, 벌목 같은 것. 골프장도 많이 가요, 공 주우러… (부대 앞에서) 장성 마누라인데 왜 안 들여보내 주냐…"

군 규정에 따라 공관병의 업무는 명확히 구분돼 있습니다

사병을 사적으로 부리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있습니다.

하지만 공관병뿐 아니라 일반 사병들까지 갑질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장 공관병 출신 김모 씨는 군 생활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밉니다.

<김모 씨/ 사령관 공관병 출신>
"사모님이 모과차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모과를 따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두릅도 따오라고. 인터폰이 있었는데, 벨소리가 직급마다 다 달라요. "뚜두두두 뚜두두두" 밤에도 그 소리 들으면 벌떡 일어날 것 같아요."

운전병들도 갑질 피해자입니다.

<최모 씨/ 준장 운전병 출신>
"전화를 못 받아서 워낙 욕을 많이 먹다 보니까, 지퍼락 있지 않습니까. 그 비닐로 지퍼를 막는데…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걸 샤워할 때 (휴대폰이) 물에 묻지 않기 위해 그것까지 가지고 간 적도 있어요."

지휘관 가족의 개인 운전사 노릇까지 해야합니다.

<최모 씨/ 준장 운전병 출신>
"딸이라든지, 아들이라든지, 학원에 데려다준다든지, 사모님들 모임, 각종 연말연시 모임이 있을 때 데리러 가는 일이 발생한다는 거죠."

병사들을 부리는 '군갑질'은 역사가 깊습니다.

61년 전에도 국방부는 병사들을 하인취급 하거나 노동력을 착취하지 말라며 '군갑질' 엄단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개선이 안됐는지 1년 뒤 또 다시 당번병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사병화'방지를 강조했습니다.

군 인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악습이 60년 넘도록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역자들은 폐쇄적인 군대문화를 지적합니다.

<김수한 (2012년 전역)>
"(병폐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이 또한 이제 지나가리라. 그냥 참고 견디는 게 오히려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까… "

<김이환 (2011년 전역)>
"간부들의 악습, 간부들끼리의 폐습 이런 것들이 그걸 보고 군 생활 하는 사병들에게 이어지고 그게 하나의 잘못된 전통(으로). '나도 이렇게 당했으니 너도 이렇게 당해야 해'…"

오히려 말을 꺼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기정 (2014년 전역)>
"(부조리 신고하는 소원 수리 제도가 있잖아?) 소원 수리함에 막대기에 껌을 붙여 이렇게 (종이를) 꺼내 글씨체를 확인해보더라고요. 그런 거보고 절대 쓰면 안 되겠다."

전역자를 대상으로 대놓고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최모 씨/ 준장 운전병 출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을 때 신원소속 밝히지 않은 상태로 '군부대 관련된 것을 발설하지 마라'"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2005년부터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군 외부에 두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계속 반발하던 국방부.

급기야 대장 부부의 갑질사건까지 터지자 떠밀리듯 수용했습니다.

[김영우 /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외부인사도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옴부즈만제도, '군 인권 보호관' 이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두는 것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은 인권보호관의 군부대 불시 방문과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일부 유럽국가들은 독립성이 보장된 외부 감시기구가 장병의 기본권 침해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변종국 기자]
"군이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이번만큼은 군갑질이 사라지고 우리 장병들이 국방에만 전념할 수 있을지 온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채널에이 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연출 김남준 최승희
글 구성 남윤지 이소연
공동취재 전혜정 최 선
영상취재 정기섭
그래픽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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