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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2급 지적장애로 2중생활?…치밀한 이영학
2017-10-13 19:31 사회

이영학은 '모든 게 꿈만 같다, 이제야 정신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어떠십니까.

이런 표현력을 가진 그가 지적장애 2급을 판정받았다는 게 믿기시는지요.

한 꺼풀씩 베일을 벗는 그의 일상에서도 치밀한 계산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이영학의 딸 14살 이모 양은 희귀병 치료 때문에 10년 넘게 대학병원을 다녔습니다.

이양 가족을 지켜봐온 주치의에게 이영학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종호 / 서울대 치대 교수]
"의아하고, 그럴 리가 없는. 워낙 화목했고. (이영학이) 자기가 질병을 앓았고 유전이고 하니까. 내가 보기엔 아주 적극적이고 좋은 아버지였거든요."

이영학이 정신·지적장애 2급이라는 사실은 알아채기 힘들었습니다.

[이종호 / 서울대 치대 교수]
"저번에 책을 하나 썼다고 해서, 그래서 책쓰는 분인가 했더니."

이영학은 지적장애와 정신장애가 각각 3급인데, 중복장애라는 이유로 한단계 높은 2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적장애 2급은 지능지수가 70이하로 때때로 주변의 도움이 있어야 일상생활이 가능니다.

단순 반복작업은 가능하지만 창의적 생각을 하거나 종합적 사고를 하기는 힘든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여중생을 유인하고 살해한 뒤 치밀한 방법으로 시신 유기까지 한 이영학.

정신과 전문의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 조성남 / 강남을지병원 정신과]
"지적상태는 아주 정상보다는 낮은 상태로 보여져요. 장애인으로 등록될 정도까지는 않을 것 같은데."

책을 쓰고 개인사업을 하는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활동을 한 이영학은 어떻게 장애 판정을 받았을까.

기자가 직접 지적 장애 등급 평가를 받아봤습니다.

언어, 추리, 연산 능력 등 몇가지 간단한 테스트가 진행됐습니다.

[현장음]
"우선 이것만 같이 해볼게요. 한 번 해보시겠어요?"

일부러 잘못된 답을 말허가나 대답을 머뭇거리자 등급 판정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진아 / 임상심리 전문가]
"집중해서 과제를 완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그럼 (장애 판정) 경계선 수준으로 나올 것 같아요."

정신 지적장애는 6개월 이상 진료 받은 진단서와 진료기록지, 장애 검사지 등을 근거로 국민연금공단이 서류로 심사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전문의 2인 이상이 자료들과 검사지나 이런 걸 보고 판단을.
(서류를 토대로 검증하시는 거네요?)
그걸 토대로 나오기 때문에 저희가 그거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한 것 같아요. "

의사 진단서만 받아오면 그 이후엔 서류만으로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식으로 6년 전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은 이영학이지만 평소 행동은 매우 정교했습니다.

차량 튜닝업체 사이트에 올린 이영학의 글입니다.

필러, 리무진 버켓 등 생소한 용어를 이용해 견적을 요구했습니다.

[김현규 / 자동차 튜닝 전문가]
"어려운 작업 맞아요. 자기가 직접했다? 그러면 그거는 장애라고 볼 순 없는거죠."

심형래 씨의 영화에 대해 올린 글에는 장문의 감상평과 함께 마지막에는 자신의 홈페이지 주소를 올려놨습니다.

유명인의 영화를 자신의 모금활동에 교묘히 이용한 겁니다.

이영학은 자기 명의로 된 차량도 2천cc 이하 승용차 한 대만 사용했습니다.

장애인에겐 승용차 한 대까지만 세금이 면제된다는 점을 계산한 걸로 보입니다.

모금으로 축적한 재산의 행방도 오리무중입니다.

이유가 뭘까.

[보건복지부 기초생활수급비용 담당자]
"(재산) 액수가 워낙 커서 수급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선정 기준액을 금액을 초과할 정도면 자격은 변경되거나 중지될 수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영학은 매달 160만 원씩 받았는데 이 연금이 깍일 것을 우려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후원금을 지급한 재단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금 지원 재단]
"후원자들이 당시에 십시일반 후원하신 거기 때문에 최대한 후원금이 허투로 쓰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해 왔는데 이런 일이 발생을 하니까."

양의 탈을 쓴 채 살아온 이영학.

향후 재판이 진행되면 감형을 요구하는 지능적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황수철 / 변호사]
"이영학이 정신지적장애 2급을 주장하면서 감형을 주장할 수 있지만,실제 범행 당시에 심신미약상태가 있었는지는 감정을 통해 밝혀야…."

이영학의 정신,지적장애 판정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연출 김지희
글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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