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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4명 중 1명은 ‘우수 의원’…그들만의 잔치
2018-03-08 20:59 정치

지난달 국정감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의원들은 의정보고서를 돌리면서 자신들의 활약상을 홍보할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년 연속 우수 의원에 뽑혔다고 적고, 자유한국당 의원은 "15관왕"이라고 홍보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 상을 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지난해에는 80명이나 탔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에는 왜 이렇게 우수한 의원이 많은지, 김철웅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류 뭉치가 담긴 박스가 쉴 새 없이 들어옵니다.

표지를 따로 붙였고, 아예 책으로도 만들었습니다.

모두 국회의원 보좌진입니다.

도넛과 자양강장제에 과일까지.

[현장음]
"뭐 찍으시는 거예요?"

금색 보자기로 싼 무언가도 손에 들려 있습니다.

이들이 찾은 곳은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실.

이 단체는 해마다 270개의 NGO 이름으로 국정감사를 평가해 상을 주고 있습니다.

[김대인 / 법률소비자연맹 총재]
“아니, 귤을 들고 오면 김영란법에 걸려요?”

의원실이 간식까지 챙기며 신경 쓰는 이유는 더 없는 홍보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보좌진 A씨]
“다른 의원들은 다 받는데 저희만 받지 못하면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직접 찾아가서 얼굴도장 찍고 잘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우수 의원을 선정하는지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 B씨]
“(간사 단체가) 두 분 부부가 운영하는 거로 아는데, 평가하는 기준이 공정한지 모르겠고, 의심을 품는 보좌진들이 많아요.”

수상자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해마다 약 80명이 상을 받는데, 국회의원 넷 중 하나는 ‘국정감사 우수 의원’이 됩니다.

우수한 국회의원을 가려내는 기능을 사실상 잃었다는 뜻입니다.

의원들은 여러 단체가 매년 주는 상을 탔다며 '일하는 이미지’ 쌓기에 열을 올립니다.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설명했지만, 근거 자료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홍금애 / 법률소비자연맹 실장]
"(평가 과정에) 외부 (전문가 견해와 비교하는) 크로스체크가 되게 많아요. 그렇게 한다는 것만 알지, (평가자가 누군지) 사람들을 공개하지는 않죠."

채널A 뉴스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영상취재 : 김기열
영상편집 : 오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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