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불법 이민자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민주당 텃밭인 뉴욕은 그 동안 이민자들을 적극 보호해왔는데, '불법 이민자 추방'을 외치는 트럼프 시대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세계를 가다, 조아라 특파원입니다.
[기자]
트럼프 타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 루스벨트 호텔.
한때 뉴욕을 상징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난민 보호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을 가봤더니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나 학교를 다녀온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2달 뒤 시작되는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불안감을 숨기지 못합니다.
[페르난도 / 콜롬비아 출신 난민]
"망명 절차가 진행 중이고 우리는 합법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트럼프의 주장처럼)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여기 오는 것이 아닙니다."
루스벨트 호텔이 난민 보호소로 변하면서 호텔 1층에 있는 상점 일부는 문을 닫았는데요.
1년 넘게 공실로 남아있습니다.
텍사스 등 남부 공화당 주지사들이 난민들을 뉴욕으로 밀어내면서 이 호텔 주변은 노숙하는 난민들로 가득 찼고, 자연스레 상권도 죽게 된 겁니다.
최근 2년간 뉴욕으로 몰려온 난민만 20만 명.
넘쳐나는 난민에 루스벨트 호텔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퀸즈 지역에는 대규모 텐트 난민촌까지 들어섰습니다.
초등학교 체육 시설까지 난민이 몰려들자 학부모들의 반대 시위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클라이 / 뉴욕 시민]
"동네 사람들이 시위를 시작했어요. 범죄율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인근 주민]
"아이들이 무서워했어요. (난민들이) 여기 밖에서 음식을 먹고 요리를 하고 이상한 짓을 많이 했어요."
불법 이민자 추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공권력을 사용해 이들의 대규모 추방을 예고했습니다.
[아르젤리아 / 멕시코 출신 난민]
"이민국이 오거나 군대가 나를 데리러 가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다시는 내 아들을 볼 수 없을까봐 두렵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시민권자와 교제 중인 이민자들은 영주권 자격을 얻기 위해 결혼까지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의 시민단체들은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계획에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며 맞불을 놓겠단 계획입니다.
뉴욕에서 채널A뉴스 조아라입니다.
영상취재: 김창종(VJ)
영상편집: 장세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