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에 보내는 화환이, 요즘은 지지나 항의 등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환 제작업체와 수거업체는 때아닌 특수를 누린다고 합니다.
경제카메라, 권갑구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의 한 프로축구팀이 사용하는 축구연습장과 인천광역시청 앞에 근조화환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자 분노한 팬들이 구단주인 인천시장과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화환을 보낸 겁니다.
대통령실 앞 1km 넘는 도로 양쪽으로 대통령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길가에 늘어선 화환들은 생화 대신 조화로 만들어져 추운 바람을 맞아도 멀쩡합니다.
문구도 달라졌는데요.
"우리가 지킨다", "화이팅" 등 축하 내용 대신 정치적 메시지로 빼곡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장례식장, 결혼식장에 화환을 보냈다면 요즘에는 대통령실, 국회, 구치소나 연예인소속사까지 보내는 장소가 다양해졌습니다.
[화환 주문자]
"지금 용산에 2개나 꽃을 보냈고 동부구치소도 하나 보냈고 그러는데 헌재도 보냈고 다 자발적으로 하는 거예요."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이 이어지면서 화환 업체들은 때아닌 특수를 맞았습니다.
[화환 제작업체 사장 A]
"(대통령실) 거기에 천 개 이상 간 것 같은데요."
화환이 축하와 위로의 표시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응원하거나 특정사안에 대한 항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겁니다.
현수막과 집회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화환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량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맞춤형 화환까지 등장했습니다.
경조사에 쓰이는 화환이 생화를 사용해 가격이 10만 원대에 달하는 반면, 이들 화환들은 조화로 꾸며 3만 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미리 만들어 창고에 넣어두고 주문이 오면 곧바로 배송하는 식입니다.
[제작업체 사장 B]
"조화죠, 조화. 다 이런거죠 조화. 배송까지 3만 원."
그러다보니 꽃의 상태보다는 화환에 적힌 문구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오타가 났다고 항의를 받으면 새로 적은 글귀 띠만 즉각 배송을 보냅니다.
[최항섭 /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수많은 사람들의 화환이 들어가 있으니까 의견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도 생각을 하고 메시지를 좀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화환들은 강제로 철거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오랜 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시민통행을 불편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업체가 수거하더라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재활용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합니다.
[수거업체 관계자]
"처리 비용은 개당 2만 원 정도 들어갈 겁니다. 양이 이렇게 많아지면 차량으로 하게 되면 약 30만 원 정도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자리 잡은 화환이 길거리 흉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제카메라, 권갑구입니다.
연출 : 박희웅 이유니
구성 : 강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