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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애플의 ‘배터리 갑질’…한국만 봉?
2018-01-17 20:01 사회

우리 나라가 다국적 기업의 '봉'으로 전락했다는 볼멘 소리가 많은데요.

최근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사건을 계기로 이런 불만은 더욱 폭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데 소극적인 정부와 법제도도 문제입니다.

박수유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임의로 성능을 조작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애플에 많이 실망했던 부분이고요" "미국이었으면 이러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진짜 우리나라 소비자 좀 호구로 안봤으면 좋겠어요"

한국 소비자들이 '봉'?

구형 배터리가 장착된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려, 비난에 휩싸인 애플.

분노한 미국 소비자들의 교체 요청에는 즉각 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영 딴판입니다.

미국보다 나흘 늦게 교체 신청을 받긴했지만, 홈 페이지 어디서도 교체 방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의 공식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봤습니다.

직원에게 배터리 교체를 요청하자 이런저런 핑계를 댑니다.

"플러스 계열이 없으세요. 6S플러스, 7플러스가 없고요. SE도 하나 밖에 없고 7은 두 개밖에 없고..”

몇시간 씩 기다리다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이폰 이용자]
"(공지) 안 했어요. 처음 알았어요 여기 와서. 기다리는 것도 미리 써 붙여놨으면 안 기다렸을텐데..”

미국 현지에서는 아이폰 6 플러스를 뺴고는 제품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도됐습니다.

왜 한국 소비자만 차별 대우를 받을까.

기자가 이 메일로 애플 코리아에 공식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1시간도 안돼, 애플 측은 '초기 물량이 부족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배터리 교체 가격은 내렸다고 자화자찬합니다.

현재 미국에선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집단 소송이 진행중이고. 프랑스에선 형사 소송까지 제기됐습니다.

[라에티샤 바셰르 / HOP 설립자]
"우리는 애플의 의도적 성능 저하가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했습니다. 당국이 실질적인 검열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으로는 애플의 갑질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저희는 사실 강제력이 있지 않고 합의 권고를 하기 때문에"

AS에도 차별이 심합니다.

일본에는 2003년, 중국에는 2008년에 공식 서비스 센터가 들어섰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달 말에야 문을 엽니다.

"서울 강남에 개장을 앞두고 있는 애플 스토어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보다 개장이 10년 이상 늦어지면서, 한국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애플 말고도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세계 굴지의 여행사인 익스피디아는 지난 연말 블랙 프라이데이에 호텔비를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쿠폰을 나눠줬습니다.

그러나, 이 쿠폰은 한국에서 곧 휴지 조각이 됐습니다.

[익스피디아 관계자]
“두 시간 전인가부터 갑자기 모두 다 취소될 거라고 지침이 내려졌어요. 저도 상담하는 입장에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은데 저희도 도움을 드릴 수 없는 게..."

익스피디아는 한국 소비자들이 쿠폰을 나눠쓴 경우가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쿠폰은 일괄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익스피디아 예약 취소 피해자]
"호텔 예약도 끝났고 비행기 예약도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가 니까 호텔을 바꾸는 것도 막막하고… "

기자는 2년 가까이 벤츠 한국지사와 분쟁중인 박 모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박 변호사는 새 벤츠를 산 직후부터 이상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이펙트] 박모 변호사
"차가 왔는데 브레이크 소리가 너무 심한거에요. 새차인데. 제가 센터를 몇번을 갔었어요."

일단, 브레이크 전체를 교체했지만 고장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새차로 바꿔달라고 몇번 요구했지만, 벤츠 측은 판매상과 상의하라고 떠넘겼습니다.

[박 모 변호사 / 벤츠 차량 소유자]
"별다른 피드백이 온 게 없어요. 전혀, 변호사인 나조차도 이렇게 답답한데, 일반 소비자들은 얼마나… "

미국에선 새 차를 산 뒤 1년 반 안에, 중대 결함으로 수리를 두번 받으면 무조건 교환해주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같은 부위에서 4번 이상 중대 결함이 발견될 때만 신차 교환이 허용됩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비전문가인 고객이 차의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최수진 / 변호사]
"(소비자를) 홀대해도 영업을 하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국가나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배짱 영업을 일삼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를 어떻게 막을까.

[박순장/ 소비자주권회의 팀장]
"징벌제가 없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 와서 기업하기 아주 좋은거죠."

'징벌적 손해 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부실한 관련법을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채널 A 뉴스 박수유입니다.

박수유 기자 aporia@donga.com
연출 : 천종석
글구성 : 지한결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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