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앵과 뉴스터디>
동정민 앵커입니다.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근 대법원 판결
“무죄” 나왔습니다.
참 오래 걸렸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한 게
2014년 4월 16일이었죠.
김기춘 전 실장이
‘세월호 보고 조작’과 관련해서
재판에 넘겨진 게 2018년입니다.
2018년 재판에 넘겨지고
2023년 6월 29일에 최종 무죄.
그러니까
세월호 사고로 따지면 9년,
재판으로 따지면 5년 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재판이 오래 걸렸던 걸까요?
일단 2014년으로 가보겠습니다.
▶김기춘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 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합니다.
야당의 비판이 쏟아집니다.
“대체 대통령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첫 지시 내린
오전 10시 15분부터,
중대본에 도착한
오후 5시 15분까지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고
제대로 보고를 받은 건 맞는 거냐
의혹을 쏟아냅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회의를 소집합니다.
4월에 사고 나고
7월에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하고
그다음에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조사가 열려요.
거기에 또 국조특위 회의가 열리죠.
2014년 10월에 국정감사도 열립니다.
이때 청와대 대표해서
국회에 나가야 될 사람.
당연히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이죠.
김 실장은 국회 일정을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합니다.
뭘 준비해야 될까요?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확한 시각, 보고한 내용,
거기에 따른 대통령의 지시 사항,
대통령은 뭘 하고 있었나 행적까지
참모진과 함께 딱 정리를 합니다.
어차피 국회에 답변을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2014년 7월
국회 운영위에서
이렇게 답변을 합니다.
저도 기억이 납니다.
야당 의원들이 물어봅니다.
“대통령이 하루 종일
관저에 있었던 건가?“
“그럼 일 안 한 거 아닙니까?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의 답변은
“경내에 계시면 어디 계시든지
집무를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관저에도 집무 볼 수 있는
환경은 되어 있죠.
또 “국가안보실장이
10시에 서면보고를 대통령에게
올리자마자 10시 15분에
대통령이 전화 주셔서
해경에 지시하도록 했다”고
답변을 합니다.
대통령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반론이죠.
김 실장은
“그리고 이후 저희들이 계속 간단없이
20~30분 단위로 문서보고를 드렸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여기서 ‘간단없이’는 끊임없이
계속 보냈다는 뜻입니다.
이 회의가 끝나고
민주당 부좌현 의원이 서면질의를 합니다.
‘사안이 심각한데 서면·유선으로만
보고를 하면 다 된다고 판단했습니까?’ 하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렇게 서면답변을 보냅니다.
이게 이제 문제가 되는데요.
‘이후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은 비서실장의 이 답변이
‘허위 답변’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일부러 허위 답변을 했다면서
허위 공문서 작성,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직권남용, 위증죄 등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을 재판에 넘깁니다.
그리고 1심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 유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내립니다.
검찰은 여기서부터
거짓말의 시작이라고 봤어요.
여기 보면 서면보고를 한 시각이 10시,
대통령이 첫 지시한 시각이
10시 15분이었다고
김기춘 실장은 국회에서 답변을 하는데요.
검찰은 첫 보고 시각이
10시가 아니라 10시 19분~20분 사이,
그리고 첫 전화 시각을
10시 22분으로 봤습니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김기춘 실장이
이 보고 시각을 당겼다고 봤어요.
왜냐?
사고 당일
세월호 탑승객들의 마지막 메시지,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시각이
10시 17분입니다.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 방송 안 나와요’
이런 내용의 마지막 카톡이
10시 17분이에요.
검찰은 이렇게
상황이 종료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1보를 보고받고
지시까지 내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10시 20분대
그러니까 10시 17분 뒤에 일어난
‘첫 보고’ ‘첫 지시’ 두 가지를
17분 앞으로 당겼다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의도적인 거짓말로 봤지만,
1심 때부터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골든타임이라고 보기에도
연관성이 떨어지고
굳이 이렇게까지 거짓말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 거죠.
유죄가 난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서면답변서’에서
이렇게 답변했죠.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보고했다’
이것만 보면 팩트 맞습니다.
왜냐?
당시 4월 16일 박 대통령에게
두 라인으로 보고가 올라갔는데요.
하나는 대통령 비서실 라인,
하나는 국가안보실 라인이
보고를 올리는데
비서실 정무수석실에서
10시 36분, 57분… 쫙 해서
그날만 서면보고를 총 11번을 했고,
국가안보실에서는
서면보고 3회·유선보고 7회 했습니다.
이렇게 보고 올린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게 실제로는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보고는 했는데
보고를 받은 건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이 구조 때문에 그런 건데요
당시에 보통 비서실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하면
어떤 식으로 보고가 된 거냐면,
비서실에서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이메일로 서면보고를 올립니다.
그러면 정호성 비서관이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데요.
박근혜 대통령 그날 어디 있었죠?
관저에 있었습니다.
그러면 정호성 비서관이
이 서면보고 11회를
어떻게 전달을 했느냐?
오전 10시 36분부터
오후 1시 7분까지 보낸
6개의 서면보고서는 관저로 가서
침실 문 앞에 있는 탁자에 놓습니다.
그리고 3시 반 보고서는
관저 이발소에 있는 프린트기로 출력해서
침실 문 앞 탁자 위에
놓았다고 기억을 합니다.
그 이후 4개의 보고서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관저에 있는 팩스로 보낸 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러니까 검찰은
보고서 보낸 건 맞지만
대통령이 읽었는지는
모르는 거 아니냐는 거예요.
그런데 왜 국회에다가
‘비서실에서는 보고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답을 했냐는 겁니다.
김기춘 실장은 억울하다고 합니다.
비서실에서 20~30분 단위로
보고한 건 ‘팩트’ 아니냐는 거죠.
서면보고서 이메일로 보낸 시각이
10시 36분에 보내고 다음 57분 등
실제로 20~30분간 계속 뭔가
보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가 아니라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고,
이건 내 생각이라는 거예요.
‘의견’이라는 거죠.
왜 내 생각까지 허위냐 아니냐
판단하냐는 겁니다.
내가 의도적으로 거짓말할 거면
참모들 그렇게 다 모아놓고
국회 답변을 짰다는 얘기냐는
반론도 합니다.
하지만 1심은
“김기춘 유죄”로 선고합니다.
▶1심 재판부, 검찰 손 들어준 이유
1심 재판부가
검찰의 손을 들어준 이유,
실시간으로 보고가 됐는지 여부를
김기춘 실장이 확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확인하지 않아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대통령이 마치 많은 보고를 받은 것처럼,
대통령이 상황을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제대로 상황을 모르고 있었을 거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걸 알고 있었을 거다,
그래서 1심 재판부는
“의도된 허위 답변”이라고까지 봤습니다.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걸
감추기 위해서
비서실장이 의도적으로
허위 답변을 했다는 겁니다.
그럼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걸
검찰은 어떻게 알 수 있었느냐?
검찰의 이 얘기를
재판부가 받아들였는데요.
세월호 사고 발생하고
박 대통령의 첫 번째 지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내리고,
두 번째 지시를 10시 30분에
해경청장에게 내렸죠.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해경특공대도 투입해서
선실 구석구석을 확인하라”
그런데 김석균 해경청장은
대통령이 본인에게 지시 내린
10시 30분, 그 6분 전에
이미 해경특공대가 투입이 됐는데
대통령이 뒤늦게 다시 지시한 걸 보고
상황 인식이 제대로 안 돼 있다고
느꼈다고 재판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두 번째 증거는 이 부분인데요.
이건 바로 사고 그날부터 논란이 있었죠.
박근혜 대통령이
오후 5시 15분에 중대본 방문해서
이렇게 얘기를 하죠.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도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그랬더니
안전행정부 2차관이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박 대통령이
“아, 갇혀 있어서요”
그러니까
오후 5시 15분이라고 하면
이미 세월호 사고가 아침
8시 52분에 침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참 뒤죠.
한참 뒤인데
그때까지도
“아, 갇혀 있어서요”
잘 모르는 듯 얘기를 하고,
구명조끼 얘기를 하기에는
너무나 뒤늦은 시각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대통령이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1심에서는
“청와대가 책임 회피 위해
국민을 기만했고
그래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김기춘 실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립니다.
2심까지도 유죄가 유지가 돼요.
그런데 대법원에서 무죄로 바뀝니다.
▶“김기춘 유죄” 뒤집은 대법원
그럼 1심·2심 유죄였는데
대법원은 왜 무죄 선고를 내렸을까요?
일단 김기춘 비서실장의
의견을 다 받아줍니다.
20~30분 단위로
보고를 한 건 맞잖아요
그래서 이건 허위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 부분이 참작되는데,
이게 서면 답변한 게
2014년 8월인데
이미 한 달 전에
국회 운영위에 나와서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저희들이 계속 간단없이
20~30분 단위로 문서보고 드렸다”
“경내 계시면 어디든지 집무하는 겁니다”
서면답변과 비슷한 맥락이죠.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이
국회 답변 연장선상에서
서면답변을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걸 의도해서
갑자기 답변서에
거짓말을 쓴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전 달부터 내려져 온
그 흐름에서 나온 답변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이
“생각한다고 한 건 의견”이란
주장을 받아줍니다.
그래서 대법원이
무죄로 내려보내는데
그게 언제냐면 2022년입니다.
1년 더 끌어요.
검찰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항고를 해서
결국 지난 6월 29일에
“그래도 무죄다”
최종 판결 내린 겁니다.
최종 판결은 무죄로 났어요.
하지만 또 반성할 건 반성해야죠.
이런 큰 사고가 발생했는데
참모들이 한 번도 대통령 만나
대면보고를 하지 않고
서면보고나 전화보고로 끝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가 않죠.
김기춘 전 실장이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건
의견이라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그래보이지 않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재판 과정에서
“오후 3시경이 되어서야
세월호 피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다”고
답변을 하거든요.
참모들이 직접 만나서
쉽게 보고할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고,
결론은 무죄였지만
이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겠습니다.
복잡한데 궁금한 이슈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대신 풀어드리겠습니다.
<동앵과 뉴스터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
구성: 동정민 기자·김정연 작가
연출·편집: 황진선PD
• [채널A 뉴스] 구독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