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미등록 아이'…사각지대 4천 명
태어는 났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7자리 임시신생아번호로만 존재하는 '미등록 아이'입니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는 '미등록 아이' 2123명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중 249명의 아이들은 이미 숨졌고, 814명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미등록 아이' 실태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실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 미등록 아이'입니다.
감사원이 파악한 임시신생아번호로만 존재하는 아이는 모두 6천여 명. 이중 '외국인 미등록 아이'는 4천여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출생신고 의무가 없어 이번 보건복지부 전수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한 살배기, 열 나도 병원 못 가"
채널A 취재진은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아이를 출산한 우간다 엄마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에서 한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우간다 국적의 엄마 A 씨.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일하며 가나에서 온 남편을 만났지만, 임신 4개월 차에 남편이 강제 출국되면서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봄 아들을 낳았지만 출생 신고를 못 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기에 대한 출생신고 의무도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불법체류자라 본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건강보험 등 복지혜택에 제외되다 보니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엄마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진료 한 번에 100만 원 안팎의 병원비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등록 아동 엄마 / 우간다 국적]
"아기가 열이 나는데, 돈이 없어 병원비를 낼 수가 없었어요. 외국인 등록증이 없다 보니,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없어 병원비가 매우 비싸거든요. 진료비만 100만 원이에요."
◆방임·유기 우려…"사각지대 막아야"
외국인 미등록 아이들은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에 통장 개설, 휴대전화 개통, 수학여행을 갈 때도 어린이 보험 가입이 안 됩니다.
강창훈 희망친구 기아대책 다문화사업본부 본부장은 "아이들이 성장하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 아이처럼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문화를 좋아하지만, 신분에 대한 걱정이 많고 미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특히 미등록 상태로 아이들이 자랄 경우, 아동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강창훈 / 희망친구 기아대책 다문화사업본부 본부장]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상태 여부 떠나서, 보호 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미등록 상태로 성장하게 되면, 공적 서비스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대 방임 유기 등이 발생할 수 있고요. 아동보호의 매우 심각한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부모의 법적 지위, 출신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김 진 / 공익변호사단체 '두루' 변호사]
"보편적 출생등록제도가 마련돼서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들이 출생등록될 수 있는 권리는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보호자가 외국인인 미등록 아동의 출국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소재 파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부모가 불법체류 신분이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외국인 미등록 아동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