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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간다]“치우는 건 피해자 몫”…불법 투기된 폐기물은 그대로
2023-06-16 15:26 사회



 4년 전 A씨 공장에 쌓여있던 폐기물


4년 전, 채널A가 만났던 경북 영천의 공장주 A씨.

당시 A씨의 공장엔 임차인들이 몰래 버리고 간 폐기물이 한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출입문부터 내부까지 꽉 찬 폐기물 때문에 문이 무게를 못 이기고 떨어져 나갈 정도였습니다.

A씨의 공장은 어떻게 됐을까 궁금했습니다. 5천 톤 분량의 폐기물은 모두 치웠는지, A씨의 억울한 피해는 해소가 됐는지 확인해보고자 영천으로 향했습니다.


"버린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현재 A씨 공장에 쌓여있는 폐기물


다시 찾은 A씨의 공장. 공장의 모습은 4년 전 채널A 보도에 담긴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A씨가 사비 4천만 원을 들여 쓰레기 일부를 치웠지만, 턱도 없었습니다. 남은 쓰레기를 치우는데만 6~7억 가량 든다는 겁니다. A씨는 쓰레기 처리비용이 감당 안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폐기물을 버린 투기범들은 어디가고, 왜 A씨 홀로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걸까.

"치우고 싶어도 금액이 엄청나니까 방법이 없더라고요. 6~7억 정도 든다고 보거든요. 6~7억을 들여서 치우고 나면 공장은 보시다시피 폐허가 돼 있잖아요. 또 따로 철거를 해야 될 거고. 그게 계산이 안 나오더라고요." - 피해공장 소유주 A씨

현행법상, 불법 투기된 폐기물에 대해선 관리감독 책임을 지닌 토지주와 투기 행위자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아무리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토지주는 자신의 토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사비를 들여 폐기물을 치워야 하는 겁니다. 문제는, 폐기물 업체가 파산을 하거나 재산이 없을 경우 폐기물을 치울 수 있는 재정적 역량이 안 된다고 판단해 토지주 홀로 책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A씨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사건 이후 하루하루가 지옥"


 A씨 공장에 둘러진 철제 펜스


A씨는 임차인들이 자신에게 연락한 그날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공장 임대를 광고하는 현수막을 보고 연락했다는 그들. 당초 1억이 넘는 보증금을 깎아달라고 하도 사정했다고 합니다. 사정이 딱한 것 같아 보증금 3천만 원에 세를 내주기로 했습니다. 임대가 이뤄지자 임차인들은 빠르게 행동했습니다. 먼저, 공장 밖에 펜스를 치겠다고 요청해왔습니다.

"비철이나 금속 같은 거 보관하는 자재 창고로 좀 쓰자고 그러더라고요. 저한테는 비싼 전선 자재들을 보관하니까 밖에서 보면 누가 훔쳐 갈 수 있다고 펜스를 좀 치자고 얘기하더라고요." - 피해 공장 소유주 A씨

부산에 거주하는 A씨는 자주 공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문할 때마다 대문은 철옹성처럼 걸어 잠겨있었고 3m 높이의 펜스로 둘러진 공장 내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임차인들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각종 핑계를 대며 만남을 회피했습니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고 공장 위치가 영천이다 보니까 자주 갈 수는 없었고 두 번 정도 방문했었어요. 방문해서 전화하면 본인이 밖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음에 오면 커피나 한잔 하자고 그러더라고요. 공장을 빌려 갖고 무슨 행위를 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어요." - 피해 공장 소유주 A씨

 피해 공장 소유주 A씨와 전화 인터뷰 중인 기자


A씨가 투기 사실을 알게 된 건 두 달 뒤였습니다. 임차인들이 도무지 연락을 받지 않자 공장을 찾아갔는데, 폐기물이 공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겁니다. 그 후로 A씨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9개월 간 전국을 바삐 누비며 투기범들의 흔적을 찾아 다녔습니다. 경찰에도 고소해봤지만, 이미 환경부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건을 가져가는 바람에 고소권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수사 끝에 임차인 일부가 잡혔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1심 판결을 받고 나서 환경부에서는 본인들이 조사를 해서 이렇게 성과를 이뤘다고 기사를 내더라고요. 반대로 징역형을 받은 범인들은 자기들이 억울하다고 항소했는데 기각됐어요. 최고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1년 6개월,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저는 항소할 권한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버렸던 범인들은 그대로 형을 살고 그게 끝이죠, 뭐." - 피해 공장 소유주 A씨

투기범들은 모두 징역을 살고 나왔지만, A씨의 하루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A씨에겐 버겁기만 합니다.

"사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저도 대출을 받아서 산 땅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금리가 워낙 오르다 보니까 연 한 3~4천만 원 정도 대출 이자를 내고 있는데, 그 외에 비용을 들여서 쓰레기를 치우려고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더라고요. 이자 내기도 벅차니까." - 피해 공장 소유주 A씨

 A씨 공장에 산처럼 쌓여있는 폐기물


A씨는 매년 여름이면 매달 두 번씩 공장을 방문합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냄새가 고약해지고 해충들이 꼬이기 때문에 직접 약을 사서 구석구석 뿌리고 있습니다. 폐기물을 바라보며 약을 뿌리는 A씨의 속은 문드러져 갑니다. A씨가 바라는 건 단 하나, 공장에 폐기물을 투기하고 간 범인들이 책임지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지자체와 환경부에 아무리 호소 해봐도 몇 년 째 답이 없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모든 책임과 피해는 피해자인 A씨가 홀로 떠안고 있습니다. A씨는 그렇게 오는 여름도, 약을 사들고 공장을 찾을 것입니다.

*뉴스A의 코너, ‘현장카메라’와 ‘다시간다’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냅니다.  

▷ [다시 간다]쓰레기산 만들고 튄 조폭…“치우려니 수억 원 들어” <뉴스A, 지난 13일> 
[기사 링크
: https://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352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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