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이것 변경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는 의무조항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에게 대장동에 이어 백현동 의혹이 불거졌죠. 성남시장 시절,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과정에서 용도 변경을 해 준 게 측근이 연관된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거라는 의혹이었습니다. 그러자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는 측근 때문에 해준 게 아니라 국토부 협박 때문에 용도 변경을 했다는 취지로 반박을 합니다. 검찰은 “성남시장 당시 국토부의 협박은 없었다”며 허위 발언이라고 재판에 넘긴 거죠.
이 대표 측은 재판 과정에서 무려 9가지 논리를 들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1심 재판부는 9가지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하나 반박하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백현동 땅, 의무조항 대상 아니었고 국토부 압박 없었다”
①“검찰이 ‘짜깁기 기소’를 했다”
이재명 대표 측은 당시 발언이 크게 두 덩이로 나뉘어져 있다는 입장입니다. 백현동 부지를 포함한 5개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 대해서, 정부가 공공기관이전특별법 의무조항을 근거로 협박했다는 부분과 + 백현동 부지에 대해서는 추후에 공문을 따로 보내 압박했다는 부분으로요.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두 부분을 섞어서 ‘짜깁기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에는 백현동 이야기가 아니라 전반적인 당시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를 이야기 한 건데, 마치 백현동만 콕 집어 한 것처럼 짜깁기 했다고요.
어제 ‘김문기’ 편에서 제가 설명 드렸죠. 이 판결 역시 재판부는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유권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대표의 당시 발언은 전반적으로 백현동 의혹에 대한 답변이었기 때문에 짜깁기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이 대표는 ‘5개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 대한 ‘협박’을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질의 자체가 ‘백현동 의혹’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 대표는 길게 모두 발언, 설명 발언, 정리 발언까지 이어가는데 모두 백현동 의혹을 방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겁니다. 유권자가 볼 때는 ‘아, 백현동 땅’에 대해서 협박이 있었다고 볼 만하다는 것이죠.
②“허위 발언이 아니다”
이 대표 측은 “‘성남시 공무원들이 국토부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우려한다’는 보고를 성남시장 시절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여러 차례 성남시에 협조 요청을 합니다. 성남시에 있는 한국식품연구원이 민간에 잘 매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요. 재판부는 ‘성남시 공무원들이 국토부 요청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협박은 없었다’고 판단합니다. 담당 공무원들이 한결같이 ‘협박을 느낀 적이 없다’고 진술하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에서 ‘(백현동 땅은) 법상 국토부가 요청하면 지자체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의무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 스스로 한 것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③ “발언에 ‘고의’가 없었다”
이재명 대표 측은 발언에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6~11년 전에 벌어진 일을 국감 과정에서 질의를 받다 보니 당시 기억에 의존해 발언한 거지 허위사실을 고의로 말한 건 아니라고요. 재판부는 ‘고의’라고 판단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국토부가 이 사항은 의무조항 대상이 아니라는 공문을 보고 받아서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백현동 관련 의혹은 2017년 성남시의회에서 처음 제기된 데 이어 2021년 10월 계속 제기돼왔기 때문에 기억을 환기하거나 그간의 사정을 돌이켜볼 시간이 충분했을 것으로 봤습니다. 갑자기 제기된 의혹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의 사실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발언했다면 ‘고의’로 봐야 한다는 거죠.
▶이재명 ‘법리 방어’도 모두 실패
여기까지는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느냐, 즉 발언의 실체적 사실에 대한 판단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법리적인 판단입니다. 이 대표 측은 법리적으로도 6가지 방어 논리를 들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설령 말 자체가 거짓이었다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이유를 6가지나 제시했다는 것이죠.
④ “공직선거법상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상 ‘사실’이란 것은 단순히 참이냐, 거짓이냐의 의미를 넘어 ‘증명 가능한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거든요. 검찰이 허위사실이라고 본 세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직무유기’ ‘협박’ ‘어쩔 수 없이’. 국토부는 직무유기로 협박한 적이 없고, 이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용도를 변경한 게 아니라는 거죠. 이 대표 측은 ‘직무유기’는 사실이 아닌 ‘법률적 평가’, ‘협박’은 ‘주관적인 감정’, 어쩔 수 없이도 ‘본인의 인식’이라고 주장합니다. 증명이 가능한 사실이 아니라는 거죠. 재판부는 “‘사실’은 단순히 용어 구별이 아니라 표현을 둘러싼 모든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증거를 대고 증명이 가능한 ‘사실’이라고 봅니다.
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의 발언은 후보자가 아닌 ‘국토부의 행위’에 대한 설명이었기 때문에, 발언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 자신의 공직선거 후보자로서 자질 등을 판단할 행위가 아니었다는 논리를 펴는데요. 재판부는 “대선 때 제기된 백현동 의혹에 피고인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여부는 선거인의 후보자 판단에 중요한 요소다” 선거인이 후보자를 판단할 때 영향을 줄 만한 ‘행위’가 맞다고 봤습니다.
⑥ “공직선거법상 ‘당선될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대표 측은 나의 발언은 ‘대선후보’로 한 발언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당시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라는 겁니다.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한 발언이 아니었다고요.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경기도지사이면서 대선후보이기도 했던 피고인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 기회,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하였고 그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의혹에 대응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⑦ “공직선거법상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제 뉴스터디에서 살펴본 ‘골프 사진 조작’ 때 들고 나왔던 논리가 있었죠. 2018년 ‘친형 강제입원 지시’ 본인의 발언을 놓고 무죄 판결을 내렸던 대법원 판례도 다시 인용합니다. 후보 토론회처럼 국정감사에서도 시간적인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에 가까웠다는 주장인데요. 재판부는 미리 문진석 의원이 국정감사 전에 사전 질의를 해서 문 의원이 그런 질의를 할 것을 이 대표가 당시 알았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할 패널도 미리 준비를 해 왔다는 거죠. ‘공표’로 봤습니다.
⑧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에 해당하지 않는다”
허위 발언이라 하더라도, 후보자가 ‘유리하려고’ 한 발언이 아니라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선거에서 유리해지거나 불리해지는 게 아니라, 무분별한 음해에서 벗어나 정당한 지위를 되찾게 되는 것이라고요. 재판부는 ‘유리하려고’ 한 발언이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백현동 발언 자체가 허위로 인정되는 이상, ‘정당한 지위’를 찾는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⑨ “공직선거법상 금지한 ‘방송’에 해당하지 않는다”
발언 현장인 국정감사장은 연설, 방송, 신문, 통신 등 공직선거법이 처벌하는 허위사실 공표의 수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폅니다. 당시 국정감사 장면은 생중계가 되거든요. 하지만 이 대표 측은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한 게 아니라, 국정감사 장에서 발언했는데 우연히 방송에 찍힌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공직선거법상 금지하고 있는 방송에 나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조항에 해당이 안 된다는 거죠. 재판부는 ‘중계 방송’도 방송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스스로 방송이 된다는 걸 알고 한 발언이라는 거죠. 당시 경기도청 국정감사를 진행한 조응천 반장은 ‘오늘 국정감사는 경기도청 방송 GTV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한다는 점을 참고하시고’라고 발언하거든요.
▶항소심 ‘뒤집기’ 가능할까
1심 재판부는 어제 소개해드린 ‘골프 사진 조작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렇게 맺습니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였으므로 그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이 선고되죠.
이재명 대표 측이 9가지 방어 논리를 구축하면서 무죄를 받기 위해 애썼지만 1심 재판부는 단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심에서 뒤집기 위해서는 새로운 논리나 상황이 필요하겠죠.
예전에 제가 뉴스터디에서 설명드린 적이 있지만 이 백현동 발언의 경우 이 대표가 넘어야 할 두 가지 벽이 있습니다. ①국토교통부가 이 사항은 반드시 성남시가 국토부 의견을 따라야 하는 의무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토부의 당시 공문서 ②“국토교통부 협박을 받은 적이 없다”는 공무원의 진술. 재판 과정에서 국토부 협박을 받았다고 진술한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이를 뒤집을만한 새로운 증거나 증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항소심에서도 이 대표 측은 어려운 ‘법리적 공방’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나 증인이 나타나거나, 1심 재판부의 논리에 허점을 찾아낸다면 항소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 당연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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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구성: 동정민 기자, 김정연 작가, 정현우 기자
연출: 황진선 PD
편집: 허수연‧이혜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