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예술가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전남 하의도에 천사상을 설치했던 조각가가 사기꾼으로 밝혀졌는데요, 이 사람의 작품이 서울 강남 등 성당 곳곳에 설치된 게 확인되면서 발칵 뒤집혔습니다.
장치혁 기자입니다.
[기자]
6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설치된 천사 조각상입니다.
해안길은 물론 섬 곳곳에 318점이나 전시돼 있습니다.
신안군이 19억 원을 들여 최 모 씨의 작품으로 노천 미술관을 조성한 겁니다.
[최 모 씨 / 천사상 제작자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상이) 작가로서 제 작품의 주제와 맞아떨어지고 제가 고향이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조각만 하다가 이곳을 고향으로 느끼고 싶어서…"
하지만 세계적인 조각가라던 최 씨는 지난 20일 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경북 청도에 설치한 다른 작품은 중국산인 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해외 유명 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일본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에도 참여했다는 최 씨의 이력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최 씨는 10대 초반부터 철공소와 목공소 등에서 일하며 상습 사기죄 등으로 여러 차례 복역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최 씨의 작품이 천주교 성당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성당에는 1983년 최 씨가 제작한 대형 부조가 걸려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성당과 경기도 안성 미리내 성지에도 최 씨의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습니다.
양천구의 또 다른 성당의 경우 최 씨의 목조 조각 작품을 외벽에 설치했다가 나무가 썩어 3년 만에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최 씨가 종교미술가를 자처했던 만큼 전국 성당에 작품이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최근 법원판결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으며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채널A 뉴스 장치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