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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각하 아니면 기각”, 여당은 진짜 그렇게 예상할까 [런치정치]

2025-03-17 12:31 정치

"여러 가지 절차적 위반과 합쳐진다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각하될 가능성이 종전보다 훨씬 더 커졌습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죠. 주진우 의원이 오늘(17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내놓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 예상입니다. 기각 가능성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각하 가능성 높아졌다는 겁니다.

그동안 탄핵 심판 결과에 말 아껴온 여당 원내 지도부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 오늘 한 방송(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상당히 우리는 헌재 결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기각이나 각하 둘 중에 하나 아니겠나"라고요. "절차적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이것이 과연 탄핵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냐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어제 "헌재 결과 승복" 메시지를 들고 나온 것도 '각하 혹은 기각될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이란 겁니다.

계엄 이후 초창기만 해도, 여당 의원 상당수가 조심스럽게 인용을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대통령 구속 취소, 줄탄핵 기각이 이어지자 '각하 또는 기각'이 될 거라고 보는 의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여당 의원들, 요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를 어떻게 예상할까요.

"내용 시시비비 가리는 기각보다 각하가 현실적"

 국민의힘 추경호 김기현 윤재옥 의원이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 손팻말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 = 뉴시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왼쪽) 등 여당 의원들이 지난 14일 전한길 강사(두번째 줄 가운데)와 함께 '탄핵 각하의 길 걷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소추동일성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해 주실 것을 청구합니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의원 82명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탄원서의 1번 탄원 내용입니다. 108명 중 82명이 이름을 올렸으니 여당 의원 10명 중 8명 가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요구한 셈이죠. 지난주부터 헌재 앞에서 매일 릴레이 시위도 이어가고 있는데요. '대통령 탄핵 각하 길 걷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헌재 주변도 매일 걷습니다.

그동안 '기각 또는 각하'를 요구하던 국민의힘, 지난주부터 '탄핵 각하'로 메시지를 통일하고 있죠. 첫 단추부터 잘못 낀 '사기 탄핵'이기 때문에 기각이냐 인용이냐 판단을 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즉 대통령 탄핵소추와 탄핵심판 과정에서 적법 절차(Due processof law)가 지켜지지 않았으니, 소송 자체에 결격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아예 끝내야 한다는 거죠.

복수의 여당 관계자들은 "계엄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 시시비비를 가리느니 형식적 이유를 들어 각하하는 게 더 현실적"이란 설명을 내놓습니다. 헌법재판관들 스스로 덜 부담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여당이 길을 터주려 한다는 거죠.

여당이 탄핵 각하를 요구하는 근거를 살펴볼까요. △탄핵소추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가 철회돼 안건의 동일성을 상실한 점 △최초 내란몰이의 근거가 됐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진술이나 메모가 오염됐다는 점 △대통령 구속 취소로 드러난 공수처의 불법수사와 불법구금의 문제점 등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는 걸 강조하는 겁니다.

여권에서는 헌재의 선고일 지정이 늦어지는 이유를 "재판관들끼리의 의견 충돌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핵안이 인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는 건데요. "기각은 자신 없냐"는 민주당의 공격에 한 율사 출신 의원, 이렇게 답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을 향해 '처음부터 모든 걸 엉망으로 해놓고 이제 와서 각하될까봐 두렵냐' 되칠 수 있다"고요.

"탄핵 각하론 野 내란몰이 종식 못해"

다만 여당에서 각하 가능성을 기각보다 낮게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탄원서에 서명한 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형식적으로 따지면 각하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헌재가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고 자기부정을 해야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내란죄 철회 요구 수용 등 탄핵 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문제점들을 헌재가 직접 인정하고 각하하긴 어렵다는 겁니다.

'탄핵 각하 탄원서'에 이름은 올렸지만 기각이 옳다는 의원들도 있는데요. 탄원서에 서명한 한 율사 출신 재선 의원은 "탄핵 각하 선고가 나오면 지금 이 갈등은 종식되지 않는다. 인용될까봐 걱정하며 차라리 각하하자는 건 비겁한 전략"이라며 "본안 판단을 해서 마무리 짓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각하를 외치는 게 하나의 정치적 전략이 될 수는 있지만 궁극적 목표가 돼선 안 된다는 설명입니다.

계엄의 정당성에 대해 헌재가 판단하지 않고 넘어가면 여당은 '내란'이라는 폭탄을 앞으로도 품에 안고 뛰어야 한다는 걱정을 하는 거죠. "'이번 계엄은 통치 행위에 속했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증언들은 신뢰성이 떨어졌으며, 결국 국회 의결로 해제됐기 때문에 중대한 헌법 위반은 아니었다'는 본안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다른 법사위 소속 의원도 채널A에 "대통령 입장에선 각하보다 기각이 낫다"고 했는데요. "절차상 문제로 각하되면 (야당이) 그 절차만 보완해서 다시 가져올 수 있지만 기각된다면 비슷한 주장을 계속 들고 나오긴 어렵다"는 거죠.

그렇다면 '탄핵 각하나 기각'을 주장하는 여당 의원들, 자신의 예측이 100% 맞을 걸로 확신할까요? 한 초선 의원은 "헌법재판관 속마음까지 어떻게 속속들이 알겠나. 개인적 생각"이라면서도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탄핵 각하나 기각이) '된다, 된다'고 계속 얘기해야 진짜 실현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습니다.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지난달 24일 광주를 찾은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 최근 방송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하겠다"고 발언해 징계 요구가 불거졌다. (출처 = 뉴시스)
물론 여당 지도부에서 '탄핵 인용'을 예상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탄핵 각하나 기각은 물론, 조기 대선 가능성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는 건데요.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8:0 만장일치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반면, 대다수가 "탄핵 각하 기각"을 외칠 때 김상욱 의원은 "탄핵이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하겠다"고 말해 당내에서 징계 요구가 나오기도 했죠.

예상과 달리 늦어지고 있는 대통령 탄핵 심판. 오늘로 심리 93일째에 접어들면서 역대 대통령 사건 최장 기록을 매일 갱신하고 있습니다. "오는 21일 선고냐 28일 선고냐"부터 "각하냐, 기각이냐, 인용이냐"까지 여당 내에서 온갖 설만 난무하고 있는데요. "탄핵 인용만은 막겠다"는 여당의 총력전, 헌재 결정에 영향 미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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