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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주워 살았는데”…수레 가득 모아도 700원
2018-04-05 19:45 뉴스A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여파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수입 거부 품목에 폐지가 포함되면서 고물상에 넘기는 폐지 값이 3분의 1로 뚝 떨어진 겁니다.

김남준 기자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지하철 이수역 5번 출구 앞.

한 할머니가 힘겹게 낡은 수레를 끌고 나타납니다.

지하철 역사 상점에서 모아놓은 폐지 등 재활용품을 줍기 위해 들린 겁니다.

[이모 씨 (81세)]
"다리가 많이 아프니깐 돌아 못 다니니깐 이거를 줍는 거요."

이렇게 20년 동안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요즘은 1만 원조차 벌기 힘들어졌습니다.

넉 달 전까지만 해도 고물상에서 1킬로그램당 120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40원으로 뚝 떨어진 겁니다.

[이모 씨 (81세)]
"어저께도 한 6천 원 벌었을걸. 반찬 3천 원어치 사고 3천 원은 저축해야 해. 그래야지 수도 값 내고 전기 값 내고."

정부가 파악한 폐지 수거 노인이 약 9만 명인 가운데 고물상 대표들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승택 / 고물상 대표]
"미안하지만 아무리 고생하고 끌고 와도 노인네들이 우리가 더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이 할머니도 폐지 등을 한 수레 가득 모아갔지만,

[현장음]
"32(kg)"

손에 쥔 돈은 700원에 불과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노인들은 폐지 줍기 외에는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습니다.

결국 폐지가격이 내려간 만큼 몸이 불편하더라도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이모 씨 (81세)]
"이거라도 벌어야지 남한테 백 원이라도 안 빌리는 거야."

이 할머니는 또다시 빈 수레를 밀며 길거리로 향했습니다.

채널A 뉴스 김남준입니다.

kimgija@donga.com

영상취재 : 한일웅 김용우
영상편집 : 배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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