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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만나다]주한 콜롬비아 대사 “60년을 이어온 형제”
2021-10-18 17:23 국제

펜데믹 시대, 한국은 어떤 나라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남미 콜롬비아는 한국을 ‘위기를 잘 관리하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뮤 변이가 발현되고 사망자는 12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은데요. 그러나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코로나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국제협력단 등을 통해 1차 500만 달러 규모에 이어 최근 2차 450만 달러 규모로 보건 협력 ODA(공적개발원조)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코로나 발발 이후 지난 8월 말, 한국을 방문한 첫 중남미 대통령입니다. 올해는 한국과 콜롬비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10년이 됐고 무엇보다 중남미 유일의 한국전을 참전해 참전 70주년을 맞아 서로에게 더 뜻깊은 한 해입니다. 다음은 대사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습니다.

Q.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상황은 어떤지,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책에 시사점이 있었나요?

A. 현재 콜롬비아는 여전히 적지 않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사망자도 1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 상황에 비해 한국의 코로나 정책이 대단하다고 보는 것은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 숫자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전략을 잘 이끌어왔다는 방증이고 외신들도 한국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 위기관리가 좋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론 이전에 다른 바이러스를 잘 차단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노하우를 다른 나라와 협력하며 나누기 때문에 콜롬비아는 한국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한 준비 중이지만 콜롬비아는 한국보다 3배 정도 면적이 넓습니다. 그만큼 코로나 대응을 위한 의료시설도 더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또한 한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에서 비롯되듯이 백신 수급도 잘해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노하우를 배워 콜롬비아 역시 중남미의 백신 허브가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Q. 콜롬비아 하면, 사실 한국에서 너무 먼 나라다보니 한국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참 놀라운데요. 올해 벌써 한국전 참전 70주년이 되었다면서요?

A. 이번에 콜롬비아 대통령 방한 때 참전 용사 2명도 함께 한국에 오셨는데요. 1950년 유엔에서 한국전쟁을 위해 콜롬비아에 도움을 요청했고 1951년, 콜롬비아 청년 5천 명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머나먼 땅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중남미 국가에서는 콜롬비아가 유일했죠. 그렇다면 왜 콜롬비아가 한국을 위해 싸웠을까요. 바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 중 160명의 군인이 전사했고 부상자는 500명에 달했습니다.

콜롬비아 역시 그 당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치열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1948년 가이탄 대통령 후보자가 암살당하자, 라우레아노 고메스 카스트로 대통령은 미국과 연맹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 참전을 결심한 걸로 알려집니다.

Q.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기 위한 참전한 콜롬비아 전우들의 용기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사님의 한국 생활이 더욱 의미가 깊다면서요?

A. 벌써 온 지 2년 4개월이 되었는데요. 하루하루가 신기한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인들과 지식을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콜롬비아와는 다른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의 발전의 힘이 ‘교육’이란 생각도 들고요. 무엇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속담이 ‘피는 물보다 훨씬 진하다’란 것인데요. 이것은 단순한 가족 관계를 넘는 말입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사회가 생과 사를 나눈 뒤 혈맹으로 묶여 동지로 걸어가는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으로 엮어진 콜롬비아와 한국은 참 특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Q. 사실 한국인들에게 콜롬비아 하면, 커피 등으로 많이 알려진 게 사실인데요. 코로나 이후의 콜롬비아, 어떤 면들이 부각되면 좋을까요?

A. 콜롬비아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안데스 산맥, 아마존 정글, 태평양, 카리브 해를 모두 가졌죠. 생물 다양성도 그만큼 높습니다. 다양한 지역들에서 굉장히 많은 양의 생산품이 만들어지는데, 꽃과 커피, 바나나가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한국 배우 송중기 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콜롬비아에서 촬영됐는데요. 수도 보고타의 이름을 딴 이 영화는 콜롬비아의 역사적 사실들을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1980~90년대 한국인들의 이민 생활을 그리면서 서울과 보고타, 한국인과 콜롬비아인들이 얼마나 닮아있는 지를 그릴 것으로 보입니다. 콜롬비아인의 열정과 따스한 인간성이 한국인과 참 비슷하거든요.

콜롬비아 하면, 사실 지난 50년 간 내전과 마약 문제가 떠오를 수 있지만 2016년 11월 평화협정을 맺어 지금은 이런 상황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내년은 한국과 콜롬비아가 수교한 지 60주년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콜롬비아에서 에코 투어나 스페인어 등 라틴 아메리카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장으로 한국 분들이 찾아주신다면 참 좋을 거 같습니다.

콜롬비아는 지도상 남미의 ‘심장’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도 가까워 우리에게는 아메리카 대륙 진출을 위한 최적의 관문입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한 콜롬비아는 한국의 디지털 정부를 비롯해 녹색성장,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원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지만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 대사는 가장 마음에 드는 한국어로 ‘형제’를 꼽았습니다. 한국과 콜롬비아는 전쟁이란 아픔을 넘고 생사를 나눈 ‘형제’라는 겁니다. 콜롬비아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한국처럼 발전해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추진엽
영상편집 : 한송이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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