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가 모두 다 예전으로 돌아오려면 100년이 걸립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뻘건 산불이 경북과 강원 일대를 집어삼켰습니다.
수십 년 자란 나무들은 시커멓게 타버렸고 땅은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송이버섯 주산지인 경북 울진.
농민들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땅에 다시 버섯이 자랄 수 있을까 한숨만 나옵니다.
[장순규 / 경북 울진군]
"송이가 살아난다면 내가 춤을 추겠어요. 집은 대출해서 다시 지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송이는) 희망이 없잖아요. 희망이. (송이 채취) 50~60년 다 잃어버렸으니 어떡해요."
불이 꺼진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나무는 숯으로 변해버렸고 흙은 만지기만 해도 부스러집니다.
토양 표본 채취기로 30cm 깊이로 파보니 3분의 1은 재로 확인됩니다.
물을 붓자 땅에 흡수되지 않고 흙이 허물어집니다.
[강원석 /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우산 역할을 하는 낙엽층이나 부식층들이 다 타게 되니까 없어진 거죠. 흡수가 확 되면 되는데 바로 물리적으로 이렇게 힘을 받게 되니까 침식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산불에 녹은 솔잎의 기름기가 코팅처럼 덧입혀져 물의 흡수를 막는 겁니다.
장마철 산사태 우려도 나옵니다.
[김용기 / 강원 강릉시]
"저기 돌이 흘러내려서 나무에 걸렸잖아요. 지나가다가 재수가 없으면 그냥 차가 그냥 완전히 돌에 맞고 인명피해가 나는 거예요."
강알칼리성인 잿물은 이미 계곡물을 오염시켰고 바다로 흘러들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현장음]
"잿더미가 빗물에 쓸려 내려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지망이 설치됐습니다."
숲이 본래 모습을 되찾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22년 전 산불로 전소했던 강원도 고성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 중인 자연복원지와 새 나무를 심은 인공복원지가 함께 조성돼 있습니다.
자연복원지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에 비교해 나무 밀도는 낮지만 생태계 복원은 더 빠릅니다.
동물 배설물도 눈에 띕니다.
[강원석 /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생태적인 측면을 봤을 때 적어도 초기와 어느 정도 시기까지 자연적으로 놔두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사람이 좀 도와줄 필요는 있는 거죠."
또 다른 산불을 막기 위해선 울진 원전 부근이나 삼척 LNG 저장소 등 위험시설 주변엔 불에 강한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형 산불 후 회복시간을 추정한 보고서에 따르면 곤충류는 14년, 산림동물은 30년 이상, 토양은 100년 이상이 걸립니다.
10일간 타들어가며 서울 면적의 40%를 앗아간 최악의 산불.
산림과 생태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