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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또 무릎 꿇어야 하나” 곳곳에 ‘서진학교’
2022-08-30 19:45 사회

[앵커]
발달장애 변호사가 법정에서 활약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지만, 드라마는 딴 세상 이야기라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많습니다.

제발 장애인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일이 있었죠.

여전히 현재 진행중인 일입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습니다.

[현장음]
"여기 무릎 꿇고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사정하겠습니다."

5년 전 이은자 씨도 장애인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이후 한방병원 건립 검토 등을 조건으로 타협이 이뤄졌고, 초중고교와 전공 과정을 가르치는 서진학교가 2020년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던 이 씨의 딸은 입학하지 못했습니다.

[이은자 / 발달장애인 어머니]
"(예정대로 건립됐다면 따님도 여기에서?) 그렇죠. 꼭 다녔으면 했는데 저희 딸은 기회가 없었죠."

개교가 늦춰지면서 다닐 시기를 놓친 겁니다.

서진학교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장애인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합니다.

서진학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공사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쓰는 문화복지공간, 어울림 플라자를 짓는 곳입니다.

[장미라 / 발달장애인 어머니]
"이거(현수막) 걸리는 날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이게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진짜 (공사) 하는구나."

2015년부터 건립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대로 지난 3일에야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은 통학길 안전이 위협받고, 소음 피해도 있다고 걱정합니다.

[동네 주민]
"너무 무리하게 짓는다는 거죠. 저 건물 하나로 어떤 아이는 웃고 어떤 아이는 울어요. 내 자식 위해서 너희 자식 희생하라는 것밖에 안돼요."

지상 5층 규모의 어울림 플라자에서 장애인 시설은 치과와 연수시설이 전부.

주민 설득 과정에서 장애인 지원센터가 빠지고 대안으로 들어섰는데, 결과적으로 장애인 공간은 축소됐습니다.

아예 건립이 무산된 곳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 강원도 양양군 하조대해수욕장에 장애인 수련시설을 지으려 했습니다.

[양양군청 건축팀 관계자]
"건축 허가는 다 났었는데, 주민들 반발 때문에 계속 착공을 못 하고 있다가 최종적으론 취소가 됐죠."

공사가 10년 넘게 미뤄지는 사이 공터였던 땅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숙박업소가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
"(누가 관리를 하시는 거예요?) 잘 모르겠고. (여기 이용하시는 분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하시잖아요?) 저희뿐만 아니라 여기 바닷가 오시는 분들도 이용하시고."

서울시는 이런 사실도 몰랐습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요? 몰랐어요. 사용 허가를 내준 것도 없고."

입지 선정단계부터 주민 소통이 부족하면 언제든 반복될 일입니다.

[박태순 / 사회갈등연구소장]
"평상시 주민들하고 대화하지 않다가 기본적인 내용을 구성한 다음에 공청회나 설명회를 하는 건 요식절차거든요."

무릎 꿇은 부모들의 눈물로 지은 서진학교.

5년이 흘렀지만 곳곳에 제2, 제3의 서진학교가 있습니다.

[이은자 / 발달장애인 어머니]
"무릎까지 꿇으면서 호소해서 편견들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거예요. 절망스럽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고."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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