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옵니다.
송년 모임 날짜도 하나둘 씩 늘어나는데요.
예전만큼 술을 많이 마시진 않죠.
맥주와 사케의 나라 일본에선, 무알코올 술집이 인깁니다.
세계를 가다 김민지 특파원입니다.
[기자]
[현장음]
"건배!" "건배!"
은은한 조명 아래 각종 칵테일을 마시는 IT회사 신입 직원들.
하지만 마셔도 취한 기색은 없어 보입니다.
이들이 찾은 곳은 알코올이 없는 술을 파는 ‘무알코올 술집’입니다.
취하지 않고 술 마시는 기분만 내려는 겁니다.
[이케노 / 20대 직장인]
"(술) 마시지 않고도 즐거운 게 중요해서 술 없이 대화 가능한 상황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하라구치 / 20대 직장인]
"피곤해서 술 마시는 게 괴로웠는데 함께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니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알코올 칵테일, ‘목테일’입니다.
일본에선 술 없는 삶을 지향하는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곳은 문 연 지 2년 만에 6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겐다 / 무알코올 바 운영자]
"2, 30대를 중심으로 (술을) 못 마시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고 (술에) 취하는 게 창피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무알코올 음료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성인 1명 당 술 소비량은 75L로 약 30년 전과 비교해 25%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는 10년 전 보다 약 1.4배 늘어났습니다.
맥주와 사케의 나라 일본에서 무알코올 메뉴가 본격적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로 여겨집니다.
회식 기회가 급격히 줄고 건강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반드시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술자리 문화를 바꾸게 된 겁니다.
마트에서도 주류 코너 옆에 무알코올 음료 코너가 별도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메구 / 일본 대학생]
"술 마시면 몸 상태가 나빠지니까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는 쪽이 더 즐겁다고 느껴져요."
[현장음]
"맛있어요.“
시장의 변화에 주류 업체들도 잇달아 기발한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녹차로 만든 것부터 지방 분해를 돕는 건강 음료까지 다양합니다.
[혼다 / 무알코올 음료 판매 업체]
"화이트 와인 같은 풍미가 있는 녹차도 있어요. 술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술자리 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전반을 바꾸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이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