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돌진 사건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염모 씨가 지난 2023년 12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밖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일명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불법으로 처방하고, 수면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4-3부(부장판사 황진구·지영난·권혁중)는 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의사 염모씨의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1년의 형을 감형해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며 5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로서 수술, 시술보다 향정신성 의약품 투약 목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에게 의료행위를 빙자한 투약으로 수익을 올렸다"면서 "여러 차례 투약하고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하기도 했다. 이런 범행은 실질적으로 마약류 불법 판매와 다를 바 없고 사회적 해악이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의사이자 마약류 취급업자 지위를 자신의 변태적 성적요구 충족 수단으로 악용해 수면마취 상태에 빠져 완전히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를 상대로 준강간 등 범행을 저지르고 그 과정을 촬영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법정에서 얘기하기 적절하지 않을 정도"라고 질타했습니다.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이전에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원심 및 항소심 단계에서 신원이 특정된 피해자들을 위해 일부 공탁한 점 등은 다소나마 유리한 정상으로 보고 원심에서 1년 감형된 형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염 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5년의 보호관찰, 792만 원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염씨는 2023년 8월 화제가 된 롤스로이스 사건의 운전자 신모(30)씨에게 치료 목적 외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 각종 마약류를 처방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또 2022년 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수면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수백 차례에 걸쳐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