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지내던 할머니를 살해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길거리에 내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정형근이 어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만취한 상태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인근 노숙인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 자신의 체크카드를 사용했다가 금융거래정보를 파악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원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공개 수배 나흘 째인 어제.
노숙자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 체크카드로 막걸리를 샀다가 위치가 발각된 정형근은 을지로 5가의 한 공원에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정형근과 술을 마신 노숙자]
"양팔을 딱 잡더라고. (너 정형근이지 하고?)
둘이서 딱 잡는 동시에 한사람이 너 정형근이지 하니까 반항도 안 하고 그냥…"
함께 술을 마신 노숙인들은 정형근이 막걸리 한 병 정도밖에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로 압송돼 온 정형근의 몸에서는 술냄새가 적지 않게 났습니다.
시종일관 고개를 크게 가로젓고 말도 정확한 발음으로 하지 못하는 등 만취한 상태로 경찰서로 들어섰습니다.
[정형근 / 인천 할머니 살해 용의자]
"(왜 술을 드셨어요?) 괴로워서요.
(뭐가 괴로우십니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지금 심경 좀 얘기해 주세요.) 그냥 죽여주세요."
그러면서 정형근은 할머니를 살해해 가방에 담은 이유는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검정색 점퍼와 등산바지 등 수배전단과 똑같은 옷을 입고 검거된 정형근은 체포 당시 수염을 전혀 깎지 못한 채 피곤한 표정이었고 현금도 200원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정형근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오늘 중으로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채널A 뉴스 이원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