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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고독사, 노년층보다 50대 중년층이 위험하다
2017-12-04 19:50 뉴스A

중견 여배우 이미지 씨가 최근 숨진 지 10여 일만에 발견되면서 고독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방치된 채 홀로 숨지는 '고독사', 사실은 서울시민 20명 가운데 1명은 이미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년층 보다 오히려 50대 중년층의 고독사가 더 많습니다.

박건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관 앞에 흩어져 있는 신문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49살 남성 김모 씨의 집입니다.

쓰레기로 가득한 집 안에는 빈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이웃이 신고하기까지 김 씨의 시신은 열흘간 방치돼 있었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앞집에 사시는 분이 전화가 왔어요. 신문을 안 치운다. 그 사람이 안 보인 지 오래됐다. 조금 이상한 냄새가 난다…”

책상 위에는 모든 재산을 가압류한다는 통보서가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이희춘 / 유품정리사]
"살림살이라고는 전혀 쓸만한 게 없어요. 다 쓰레기고. 다 폐기처분해야 돼.

'나는 외롭지 않다'는 내용의 유행가 가사를 정성껏 적었지만 김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했습니다.

[이웃 주민]
“혼자 살았어요. (최근에도 보셨나요?) 최근에는 못 봤어요. 어머…죽었구나.”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납골당. 삐뚤삐뚤 글씨가 적혀있는 나무상자가 가득합니다.

[현장음]
"(뒤늦게 찾아온 분들도 계시나요?) 거의 없어요."

[박건영 기자]
"사망자에게 유가족이 없는 경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 갈 곳마저 없어진 시신은 이곳 무연고자 납골당에 안치가 되는데요.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이처럼 번호와 안치된 날짜만으로 10년 동안 보관됩니다. 지난해에만 이런 무연고 사망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섰습니다."

고독사 가운데 일부는 유가족조차 찾을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들입니다.

[박상기 / 무연고자 납골당 담당자]
하루에 (무연고 사망자가) 한두 명씩 들어올 때도 있고 세 명 들어올 때도 있고. 무연고’라는 게 가족들이 포기한 분들도 있어요.

연고가 있어도 홀로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하면 고독사가 됩니다. 2013년 기준 서울지역 고독사 의심사례는 2천 3백 건이 넘습니다. 서울지역 1년 평균 사망자의 5%가 훨씬 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년층보다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더 많습니다.

2013년 서울시 집계에서 50대 고독사가 60대를 앞질렀고, 남성이 여성보다 6배 이상 많았습니다. 중년 남성들이 고독사 최고위험군이란 뜻입니다.

사람 하나 겨우 누울만한 좁은 방. 50대 남성 조모 씨가 머무는 교회 쪽방입니다. 사업 실패 후 15년 전 이혼하고 가족과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조모 씨 / 서울 양천구]
“가족관계, 인간관계가 다 깨졌기 때문에… 방안에만 2년 동안 있었어요. 몸은 계속 안 좋아지고.”

하루 종일 먹는 건 두부 한 모와 토마토, 커피 한잔이 전부.

[조모 씨 / 서울 양천구]
“보건소 가서 검사하고 나니까 영양실조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조 씨처럼 중년층은 조기퇴직과 이혼, 질병 등의 이유로 사회적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송인주 / 서울시 복지재단 연구위원]
“가족들과 떨어져 있게 되는 여러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사회적으로 역할을 해야 할 나이에 그것을 못 하게 됐을 때 더 위축되고 고립되는 속성들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렇게 홀로 사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조금씩 시행되고는 있습니다.

[현장음]
"(오셨어요?) 식사하셨어요? (네)"

조씨가 자신을 찾아온 남성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1주일에 한 번씩 고민 상담을 해주는 멘토의 방문 시간. 50대 독거남 90여 명과 자원봉사자를 구청이 연결해준 프로젝트입니다.

[정창영 / 서울 양천구청 자치행정과 팀장]
“혼자 살다 보니까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발견을 못 할 수가 있어요. 반찬도 지원하고 그분들 안부도 한번 확인해보는…”

이렇게 일부 구청이나 민간업체 차원에서 고독사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정순둘 /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은둔형이고 이분은 관심의 대상이 돼야겠다는 분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 분들을 보호해달라고 하는 의뢰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보여져요."

이제라도 고독사 위험에 처한 1인 가구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그들에게 중앙 정부 차원의 의료와 상담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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