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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의 ‘계엄 사과’ 딜레마 [런치정치]

2025-11-27 12:33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 출처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 사과'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12·3 계엄 사태 1주년을 앞두고 당내 친한(친한동훈)계와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계엄에 사과하고 이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는 압박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도부는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만 할 뿐 확답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당이 지지율을 높여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그 해법은 정반대로 쪼개진 국민의힘. 장 대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하고, 하게 될까요.

"계엄의 강 건널 마지막 기회" 

'계엄 사과파'는 지금이 계엄의 원죄를 털어내고 외연확장할 적기이자 지방선거 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엔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 등 정부·여당의 확실한 실책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건 장동혁 지도부의 극우 색채 때문이고, 이를 하루 빨리 지워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중도 확장하겠다고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과거의 잘못에 대해 단절하고 새 출발하겠다고 해야 말의 신뢰성을 얻는 것이고, 그때 확장의 첫 발을 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장 대표가 아직까지 자신의 지지 기반인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사과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습니다. 극소수 아스팔트 우파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선 합리적 보수, 중도 보수를 절대 끌어들일 수 없는데도 목소리가 큰 이들에게 포획돼 옴짝달싹 못한다는 겁니다.

다른 의원은 "지금 지역은 난리"라며 "광역단체장들이 당장 공천 문제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지역구 의원들을 통해 당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 대표의 최근 발언을 지켜보고 있는데 12월 3일 전에 변화가 없다면 특단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20일 장 대표에게 면담 요청을 해 외연 확장을 요구한 일부 재선 의원들은 이미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까지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은 재선 공부 모임인 권영진·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최형두(이상 재선) 의원과 김용태·김재섭(이상 초선) 의원 등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해당 재선 모임의 한 의원은 "장 대표가 많은 고민을 하고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한만큼 이번 주말, 다음주 초까진 기다리는 게 예의"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지도부와 맞서거나 당이 분열하는 모습으로 가진 않을 것"라고 했습니다. 다만 "의원들 중 삼삼오오는 '우리라도 사과 입장문을 내야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는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사과를 못한다면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투트랙'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장 대표가 마지못해 왼쪽, 중원으로 오는 명분이 만들어지면서 지지층도 받아들이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사과는 '내란몰이' 마지막 퍼즐" 

 오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처 : 뉴스1)

장동혁 지도부의 시각은 반대입니다. 사과해서 얻는 건 없고 자칫 잘못했다간 당이 해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과하는 순간 민주당의 '내란몰이'에 말려들어간다는 겁니다. 사과는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이란 민주당의 프레임을 완성해주는 마지막 퍼즐이라는 거죠.

특히 다음 달 3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심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사과는 법원의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영장이 기각되든 발부되든 악수(惡手)라는 게 지도부의 판단입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영장이 기각되면 민주당의 내란몰이 동력이 확 떨어지고 반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그 상황에 사과해서 내란몰이 불씨를 살려주는 게 맞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발부될 경우 곧바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수순"이라며 "거기서 엎드리면 여론까지 올라타며 그대로 당은 끝장"이라고 했습니다. 사과 자체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민주당이 내란몰이 여론을 증폭시키는 걸 우려하는 겁니다.

지난 24일 전국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장 대표의 발언은 이같은 인식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이 전쟁을 끝내주겠나"라며 "민주당은 고개를 숙이면 목을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리고, 우리가 엎드리면 땅에 밟아서 짓이긴다"고 했는데요. 사과한다고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란 정당으로 가장 확실하게 낙인 찍혀 당이 존폐 위기에 몰린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한 중진 의원은 "사과를 해서 뭔가 좋아져야 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오히려 잘못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며 "20대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논문 표절 문제로 사과하라는 압박을 받고 했더니 내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8%p나 빠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 사과 때문에 탄핵 당했다는 게 사후적 평가"라고 했습니다.

시점상으로도 연말까지는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할 때라고 지도부는 보고 있습니다. 추 전 원내대표의 영장심사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어차피 중도로 움직일 분위기가 형성되지도, 공간이 열리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자기정치 vs 책임정치 

내부적으로는 '장동혁표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서도 지지층 결집이 우선이라는 전략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말에 '칼'을 휘두르기 위해선 장 대표의 핵심 지지 기반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겁니다.

장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제시한 개혁의 핵심은 '내부 총질자 정리'와 '싸우지 않는 자 뱃지를 떼라'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최근 여상원 윤리위원장을 교체하며 해당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고, 지방선거기획단 차원에서 경선룰을 변경(당심 50%→70%)한 것이 당내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싸우는 국민의힘'은 당성, 즉 당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장 대표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장 대표가 추진하는 혁신은 그대로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권 창출을 위해 '경제 민주화'로 급선회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장 대표의 지지 기반은 넓지도 단단하지도 않다는 겁니다. 장 대표는 사석에서 "내가 공언한 개혁을 실현할 수 없으면서 당 대표 자리에만 앉아있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당 내 일각에서 장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장 대표는 선출된 권력의 '책임 정치'를 강조하는 겁니다.

장 대표의 사과 여부가 전 언론과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메시지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데, 추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 심사 결과가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사과 보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핵심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당당하게 사과하고, 계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잘못이지 우리는 내란 정당과 무슨 관계가 있냐는 논리로 끊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사과를 하냐 안 하냐, 일도양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당내 노선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다양성이 보장돼야 살아있는 정당"이라며 "제 생각을 무조건 따라와달라고 했다가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두 번의 탄핵을 겪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의 또 다른 인사는 "12월 3일엔 반드시 당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장 대표 혼자서 모든 걸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기라성같은 천하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혼자서 모든 걸 못했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주 중진과 3선, 그리고 재선 일부 의원들과 연쇄 회동에 이어 이번주 빠듯한 지방 일정 와중에도 틈날 때마다 의원들과 소통하며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지 장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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