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인 지난 10월 레바논에서 사용해 논란을 빚은 백린탄이 미국이 공급한 무기의 일부라고 현지시간으로 11일 보도했습니다.
미국 당국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이스라엘 측은 합법적인 무기만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10월 중순 자국 국경과 가까운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 때 백린탄을 투하해 주택,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 때문에 급히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국제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밝힌 바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하이라에서 155mm 백린탄 3발의 잔해를 발견했다"며 "해당 잔해의 표면에 적힌 일련번호 등이 1989년과 1992년 루이지애나와 아칸소의 포탄 저장고에서 생산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포탄에 찍힌 'WP'라는 영문은 '백린(white phosphorus)'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무기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든 무기입니다. 주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됩니다. 이미 지난 2009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거주 지역에 백린탄을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고, 생존하더라도 감염이나 장기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투하 지점 근처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1949년 제네바협약은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의 백린탄 사용을 금지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백린탄 사용이 연막을 피우기 위함이었을 뿐이며, 화재를 일으키거나, 특정 공격 목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면서 자신들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