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주자들에게 저서 출간은 곧 대선 출사표로 여겨집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긴 호흡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인생 스토리와 강점도 부각할 수 있으니까요. 대선 국면에선 '책의 전쟁'도 함께 벌어집니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월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하며 두 달간 공백을 깨고 복귀했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를 지난 10일 펴냈고 김문수 전 장관은 19일 <난세의 영웅 김문수>를 발간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김동연 경기시자는 <분노를 넘어, 김동연>을 펴냈습니다. 개혁신당 후보로 확정된 이준석 의원도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출간했죠.
김민석‧친위 조직까지 이재명 책 출간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책 정치'에는 트렌드가 있는데요. 대선에 세번째 도전하는 이재명 전 대표의 경우, 측근들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수석 최고위원으로 '친명 지도부'를 이끈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이재명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습니다. 오는 23일 출간됩니다. 이 전 대표의 '친위 조직'으로 불리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는 <이재명의 준비>라는 책을 내일(17일) 펴냅니다. 측근들이 이례적으로 이 전 대표에 관한 책을 쓴 이유, 뭘까요.
김민석 최고위원 측은 책 쓴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이재명을 악마화하거나 완고한 독선가로 묘사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진실된 모습을 알리려는 취지"라고요. 이 전 대표와 함께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관찰기 형식으로 보여주면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을 부각하겠다는 겁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유쾌한 토론가이자 합리적 실행가"라고 평가했는데요.
그는 이 책을 지난해 전당대회 때부터 기획한 걸로 전해집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중단됐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며칠 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 전 대표는 직접 추천사를 썼습니다. "든든하게 함께 걸어준 동지이자 친구, 김민석 의원의 따듯한 평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라고요.
"악마화 된 이미지 불식…어떻게 일하는지 부각"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 쓴 책은 더 특이합니다. 이 전 대표와 성남시, 경기도, 민주당에서 함께 일한 측근들이 공동저자라는데 누구인지, 총 몇명인지도 모릅니다. 공동저자 중 한 명을 접촉해봤더니 "일부러 저자 이름도 숫자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측근들은 그림자처럼 뒤에서 보좌하는 게 기존 원칙"이라면서요.
그렇다면 '그림자 보좌'를 포기하고 책을 쓴 이유는 뭘까요? 이 저자의 설명도 김 최고위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과 다른 프레임이 씌워지고, 악마화가 너무 심하게 벌어져서 이재명의 진면목을 우리만 알아서는 안되겠다,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요. 이 전 대표가 일은 어떻게하는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포커스를 맞춘 겁니다.
가령 이런 식이죠. 이 전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한 기관장이 소요 예산 질문에 '0.2~0.5% 정도'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하자 회의를 멈췄다고 합니다. 따로 계산해보더니 "지금 0.2%였을 경우와 0.5%였을 경우의 예산액 차이가 500억원이다. 정확히 얼마인가"라고 다시 물었다고 하는데요. 또 공무원이 "같습니다"라고 답하면 회의를 중단한 뒤, 정확한 근거에 따라 다시 보고하라고 했다는 일화도 담겨 있습니다. 이 전 대표의 꼼꼼한 업무 스타일을 부각한 거죠.
이 전 대표 측의 숙제는 높은 비호감도 극복입니다. 이 전 대표 측은 "기간이 짧은 조기 대선 기간 동안 굳혀진 이미지를 뒤집기는 어렵다. 그 대신 '일 잘한다, 실용적이다, 성과를 낸다'라는 장점을 특화하는 전략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는데요. 측근들이 책을 펴내면서 이 전 대표의 이미지 보완에 주력하고 있는 셈입니다.
'책의 전쟁' 승자는 누구?
그럼 올 들어 가장 많이 팔린 건 누구의 책일까요? 출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출간한 한동훈 전 대표의 <국민이 먼저입니다>가 10만부 가까이 팔리면서 가장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책을 내기도 했고요. 어제(15일) 나온 이재명 전 대표의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 온라인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 1위(4월 8~14일 집계 기준)에 올랐는데요. 대선 결과와 함께 서점가의 대선 레이스에선 누가 웃을 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