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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 확정에도 도주 중인 범죄자 추격기 [사건현장 360+]

2025-06-05 10:42 사회

징역·금고 등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구치소에 가지 않고 잠적해버린 '자유형 미집행자'. 한 마디로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데요.
지난해 기준 '자유형 미집행자'는 6천 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검찰청 검거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은 물론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채 숨어다니며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검거팀은 불과 3~4명 입니다.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단지 체포 영장 하나로 이들을 찾아내는데요. 함께 추적해봤습니다.

미집행자 유형1 "몰랐다"

"저는 징역형이 나온지 전혀 몰랐어요."
검거팀에 붙잡힌 '자유형 미집행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입니다. 본인들은 전혀 재판이 진행되는 줄 몰랐다며 억울해하지만 모두 변명에 불과합니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이 나온 40대 이 씨.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폰을 7번이나 바꾸며 4년간 법의 심판을 피해 왔습니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해 가정은 파탄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검거팀 수사관들은 이 씨를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강원도 강릉의 은신처와 대포폰 번호를 특정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구로구의 한 약국에 이 씨가 3개월마다 약을 타러 들렀다는 첩보를 입수합니다.
약국에 찍힌 CCTV 속 인상착의를 파악한 뒤 곧장 이 씨의 이동동선 패턴을 분석한 수사관들. 강릉 방향의 한 휴게소에 머문다는 사실까지 알아내 휴게소 식당가부터 흡연소까지 샅샅이 훑어봅니다. 그리고 40여 분 뒤 화장실에서 태연히 나오는 이 씨를 발견해 붙잡습니다.
"노동청 조사받고 나서 다 끝난 줄 알았다"고 억울함부터 호소하는 이 씨. 하지만 '경찰 조사도 함께 받지 않았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미집행자 유형2 '버티기'
 보통 미집행자들이 주거지에 숨어있다보니, 흉기 등 소지할 수 있어 체포 직전 검거팀은 호신용품 장비 등을 점검한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이 확정된 또 다른 '자유형 미집행자' 이 모씨. 주취 소란 등 동종 전과만 4회인 만큼 검거팀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부터 점검합니다.
곧장 이 씨가 머물고 있을 만한 집을 수소문해 문을 두드리는 검거팀. 그동안 이 씨는 전입신고도 하지 않고 고시촌을 전전하며 5개월을 도주해왔습니다.
분명 인기척은 들리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1시간 가량 숨죽이고 있는 이 씨와의 대치 상황이 이어집니다. 태연하게 안에서 담배까지 피우자 결국 검거팀은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저희 문 뜯고 들어갈게요. 안에 계세요 그냥. 배상은 모두 본인 책임입니다." 그러자 몇 분 뒤 순순히 문이 열립니다. 이 씨는 "당황스럽다"고 말문을 열자 수사관은 "왜 법원에 나오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미집행자 유형3 '동정 호소'

"저희 아버지가 거동이 많이 불편해서…."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이 확정됐지만 2년 가까이 잠적해온 전 씨가 검거팀에 붙잡히면서 한 말입니다. 그동안 전 씨는 유명 연예인의 친분을 이용해 허위 공연 계약 등 5천여만 원 상당의 사기 행각을 벌여왔습니다.
휴대폰도 타인 명의를 사용하며 철저히 추적을 피해온 전 씨. 다행히 검거팀은 인근 편의점을 수소문하며 전 씨가 서울 강남구 주변에 나타난다는 첩보를 확인했습니다.
이동동선 패턴을 분석해 전 씨가 머물고 있을 만한 고시텔을 특정한 검거팀.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모습이 보이질 않자 계획을 변경해 곧바로 내부로 진입합니다.
전 씨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검거팀을 보곤 당황했지만 "오실 줄 알았다"며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짐을 정리합니다. 이내 자신이 떠나면 짐을 정리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계속해서 호소하는 전 씨.
"가족들도 (들어와 있는거) 잘모르거든요. 아버님도 거동을 못하시고. 10분만 좀 시간을 주세요"
계속 시간을 끌자 결국 보다 못한 수사관들이 "강제로 수갑을 채워서 집행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옵니다.

특활비 삭감·인력 부족까지…이중고 겪는 검거팀
 매년 미집행자는 늘고 있지만 검거팀 인력 부족 등으로 실적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매년 '자유형 미집행자'는 △2021년 5,340명 △2022년 5,911명 △2023년 6,075명 △2024년 6,155명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거 건수는 2천~3천명으로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국 검거팀 인원은 130여명으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행진 서울동부지검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팀장은 "지방 출장까지 보내게 되면 사실상 인력이 부족해 항상 시간에 쫒기는 경우가 많다"며 "인력 보강이 된다면 더 바랄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외국처럼 형 집행을 피해 도주하는 행위 자체를 법률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상경 서울중앙지검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팀장은 "의도적으로 실형을 피해서 도주 생활을 하는 분들은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뤄야 하는게 도리입니다. 법의 심판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거리의 탈옥수가 더 생겨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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