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선 의원 하시면서 이렇게 국회 운영된 적 본 적 있습니까."(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법사위는 전투장이 아닙니다."(추미애 법사위원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 내정된 후, 지난 2일 처음 열린 법사위 회의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5선 중진 나 의원을 간사로 선임해달라는 국민의힘 요구를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들어주지 않으면서 고성과 막말이 오갔죠.
그제(4일)과 어제(5일) 열린 법사위도 시작부터 설전이었습니다. 어제는 나 의원이 민주당의 독단적인 회의진행을 비판하며 "나치 독재"라고 하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나씨 독재"라고 맞받았죠. 법사위에서 민주당을 겨냥한 공격 중심에 나 의원이 있습니다.
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5선 중진 나 의원을 법사위 간사로 추대하면서 국민의힘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전쟁터가 된 법사위에서 나 의원은 어떻게 맞설까요.
"처음엔 망설여"…법사위원 전원이 설득
한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채널A에 간사 추대 뒷얘기를 전했습니다. "6선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가 법사위원장으로 왔기 때문에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가 맞서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나 의원이 처음엔 수락을 망설였다"고요. 하지만 법사위원 전원이 전화로 설득하고, 원내지도부까지 합세해 나 의원을 간사로 추대했다는 겁니다.
당초 판사 출신에 당대표를 역임한 5선 김기현 의원도 거론됐지만, 결국 추 위원장과 맞설 '여전사'를 선택했다는데요.
나 의원은 법사위 간사를 하기로 결심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국회가 이렇게 망가져가는데 나라도 나서야겠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요. 그러면서 "우리가 숫자가 안 돼 법안 자체를 못 막더라도 우리 당 의원들 7명이 발언을 한 번씩이라도 해 법안의 문제점을 더 많이 알려야겠다"고 했는데요. 수사 기간을 최대 60일 더 늘리는 특검연장법, 내란특별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하는 내란특별법 등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법안의 문제점을 최대한 부각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의회 독재"라고요.

"'빅 스피커' 통해 여론전"
나 의원 간사 임명은 기약이 없지만,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일단 '싸우는데 힘이 붙었다'며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나 의원 합류 후 법사위에 카메라가 두 배가 됐다. 확실히 기선제압이 된다"는 겁니다.
박준태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민주당 입장에서 제일 두려운 건 법사위 뉴스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나 의원 간사 내정 후 법사위 뉴스가 더 쏟아지면서 야당의 주장도 더 많이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는데요.
법사위에 상정된 주요 안건, 법안들의 문제점을 알리는 여론전에서 '빅 스피커'인 나 의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간사 거부로 야당이 싸울 명분 줘"
이전까지는 각 당이 상임위 간사를 정해오면 통과시켜주는 게 관행이었죠. 그런데 민주당이 나 의원 간사 선임을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요. 민주당은 나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있어" 발언을 사과하지 않으면 간사 선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나 의원이 패스트트랙 재판을 받고 있어 간사로 부적절하단 이유도 내세우죠. 하지만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재판 받으며 법사위 간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나 의원이 간사를 맡는 게 뭐가 그렇게 두렵냐"고 맞서고 있습니다. 나 의원은 "간사를 둔다는 국회법 의무 규정이 있는데도 왜 안건을 올리지 않느냐"라며 "직무유기"라고 비판했죠.
국민의힘 일각에선 오히려 "민주당이 나 의원을 간사로 받아주지 않아 거칠게 야당으로서 싸울 명분을 줬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송석준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민주당이 소위 '무대뽀 정치'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관계없이 계속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과 진보 야당 초선 의원들은 나 의원 징계요구안을, 국민의힘은 추 위원장 징계요구안을 맞불로 제출하며 법사위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죠.
이번 국회 '최대 전쟁터'가 된 법사위에서 두 여전사의 싸움은 결국 어떤 결론으로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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