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의원의 명단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소 5명에서 1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박수영, 엄태영, 장동혁, 인요한, 김미애, 박대출 등입니다."
김 후보 캠프가 오전 10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지 선언' 행사가 열린다고 공지했는데, 명단에 포함된 장동혁, 김미애 의원이 즉각 반발한 겁니다. 장 의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공지 등은 일절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김 의원도 채널A에 "지지 선언한 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결국 행사는 시작 30분을 남겨두고 잠정 연기됐는데요. 취재진이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박수영·인요한 의원 등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김 후보 측은 10시 6분 "비공개 면담으로 진행된다"고 공지했다가, 결국 공개 지지회견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차례 일정이 변경되면서 결국 방송사 카메라는 단 한 대도 없이 회견이 진행됐죠. 김 후보 측은 휴대전화로 회견을 촬영해야 했습니다.

대세론 없는 국힘 경선…친윤의 분화
이처럼 대선 경선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의원들, 눈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후보 측은 한 명이라도 캠프로 영입해 세를 과시하려 하고, 의원들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거죠.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가 없어 혼전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 의원들의 분화입니다. 친한계 의원 10여 명은 한동훈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는 반면 친윤 그룹은 김문수, 나경원, 홍준표 후보 캠프로 흩어지고 있는데요.
김 후보 측엔 박수영·김선교·엄태영·인요한 의원 등이, 나 후보 측엔 이만희·강승규·김민전·박상웅·임종득 의원 등이, 홍 후보 측엔 유상범·김대식·김위상 의원 등이 합류했습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한덕수 대행의 출마를 주장한 의원은 '반명 빅텐트' 구상에 적극적인 김 후보에게, 홍 후보가 당 대표나 경남지사일 때 인연을 쌓은 의원들은 홍 후보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릴레이 시위 등을 함께한 의원들은 나 후보에게 가는 식이죠.
각 캠프는 세 과시를 위해 출마선언식에 참석한 의원 숫자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얼굴을 비춘 의원들은 다 해당 캠프를 돕는 것으로 간주하고자 하는 거죠. 한 캠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실무진들의 가장 막중한 임무 중 하나는 출마선언식에 1초라도 들른 의원들 얼굴과 이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놓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이런 경쟁에 의원들, 불편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한 3선 친윤 의원은 출마선언식 보도자료에 현역 의원들 이름을 모두 적어 발표한 캠프를 겨냥하기도 했는데요. "대부분의 의원들이 여러 출마선언식에 얼굴 비추는 걸 뻔히 알면서도 보도자료에 이름을 떡하니 새기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는 거죠.

'두 캠프 양다리' 인요한, '프로 참석러' 이인선
후보들과 두루두루 친하다 보니 두 캠프에 몸담은 의원도 있습니다. 최고위원을 지낸 인요한 의원, 김문수 캠프의 한미동맹강화특별위원장과 함께 이철우 후보의 후원회장도 동시에 맡고 있는데요. 두 후보 모두 친분이 두텁다 보니 모두 응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재선 이인선 의원은 출마선언식 '프로 참석러'로도 통합니다. 김문수, 나경원, 이철우, 홍준표 후보 출마선언식에 모두 참석했기 때문이죠. 이 의원, 채널A에 "경선은 우리 당 축제인 만큼 가급적 많은 곳에 얼굴을 비췄다"고 했는데요. 다만 "후보들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지만 당 여성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만큼 특정 캠프에 몸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의원은 누구를 지지할지 마음을 못 정한 의원들의 속내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이기는 편이 우리 편 아니겠냐"라고요. 일단 한발 물러서서 경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김·나·윤' 엇갈린 행보
'김·나·윤'으로 불리며 탄핵 정국에서 친윤 의원들의 단체 행동을 이끈 5선 중진의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의원의 엇갈린 행보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나 후보는 대선 출사표를 던진 반면 김기현, 윤상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죠.
여러 후보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은 걸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은 채널A에 "지금은 어느 후보를 내세워도 대선을 이긴다는 확실한 데이터가 없다"며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는데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종로에 가서 춤이라도 추고 물구나무라도 서야 할 판"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대선 출마를 고심했던 윤상현 의원은 최근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입장 정리에 돌입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 지적하더라고요. "아직 의원들이 확실히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건 결국 뚜렷한 본선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없는 데에서 비롯됐다"고요. 오늘 국민의힘은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 데이'를 열며 본격적인 경선 체제에 돌입했죠. 다음 주 화요일 2차 경선에 진출할 4명이 추려지면 관망하던 의원들도 본격적으로 판에 뛰어들며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걸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