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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美 직통 라인 뚫기로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런치정치]

2025-08-31 12:00 정치

 한미 정상회담 직후 모습을 공개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출처 : 강훈식 비서실장 SNS)

한미 정상회담 특별수행단 명단에 올렸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비서실장의 미국행은 이례적이었는데요. 보통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면 비서실장은 국내를 지켰거든요. 강 실장의 첫 번째 미션은 트럼프 대통령의 숨은 최측근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의 직접 소통 라인을 뚫는 것이었습니다. 강 실장이 순방에 동행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극적 반전'이 있었던 이번 회담을 위해 대통령실은 무엇을 준비했을까요. 한미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게 트럼프 생각일까' 의문에 결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 협상 과정에서 강 실장이 여러 차례 체감한 게 있었습니다. 소통에 장벽이 느껴진다는 거죠. 관세 협상은 한미 간 카운터파트너들이 있고, 맡고 있는 분야도 제 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농축산물 수입 문제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하죠. '대미 투자'의 경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상대하고요. 국방비 증액 등 안보 이슈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대화합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카운터파트너는 스콧 배센트 미국 재무장관이죠.

이렇게 협상 카운터 파트너가 지정돼 있다는 건 효율성 면에서 장점이지만, 개별적 칸막이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기도 합니다. 협상이 개별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미국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쏟아낼 때 우리 측은 "과연 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인가. 아니면 성과를 내야하는 미국 측 참모들의 요구인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 중에서도 가장 무리하게 요구했던 미국 측 참모가 러트닉 상무장관이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이자, 새벽 1시까지 통화하며 관세 등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거래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죠. 그런 인사가 통상 협상 과정에서 무리하게 요구하다 보니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 겁니다.

결국 협상단에게 모든 걸 맡길 게 아니라 '백악관 직통 라인을 뚫어야겠다'는 판단을 강 실장이 내린 거죠. "김민석 국무총리는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맡아달라.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내가 맡겠다" "그래야 종합적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강 실장이 트럼프 측근 뚫기에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가기 일주일 전 양국 비서실장의 비공개 회담도 잡은 거죠. 강 실장은 정상회담 직전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의 면담에서 '숙청, 혁명' 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SNS글에 대한 오해를 직접 풀었습니다.

'피스메이커' 첫 제안자는 박병석 전 의장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출처 : 이재명 대통령 SNS)

이재명 대통령의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발언도 화제였죠. 트럼프 대통령을 웃음 짓게 한 이 발언은 많은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뽑혔습니다. '트럼프는 피스메이커' 발언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요?

취재해보니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오찬 자리에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제안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라는 표현을 쓰면 본인이 엄청 좋아할 거라면서요. 다만 '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는 비유를 만든 사람은 이 대통령 본인이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계각층에서 조언이 정말 많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봤던 사람, 문재인 정부 때 수행원으로 직접 상대해본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준 인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탐냈던 '펜' 그립감, 무게까지 체크 

 한국에서 준비해간 펜으로 백악관 방명록에 서명하는 이재명 대통령. ( 출처 : 이재명 대통령 SNS)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트럼프의 돌발 행동이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만큼 의전에 한 치의 실수도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체크리스트까지 따로 구비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정부 때 의전 실패 사례 리스트를 쭉 만들었다"며 "현장에서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꼼꼼하게 따져봤다"고 전했습니다.

대표적인 의전 실패 사례는 2018년 9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문 서명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네임펜을 쓴 일이었습니다. 격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던 거죠.

이재명 정부에서 나무 본체에 펜 심지를 넣어 고급스럽게 펜 제작에 나섰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 준비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는데요. 대선 직후 바로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춘추관장이었던 권혁기 의전비서관은 임명 직후인 6월 펜 제작을 따로 의뢰했던 거죠.

정상이 쓰는 펜이고 수공 제품이다보니 꼼꼼히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 펜 무게, 심지가 마르지 않고 현장에서 잘 써질지 등을 두루 점검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 대통령에게도 확인을 받은 뒤 한미 정상회담에도 가져가게 됐다는 후문입니다.

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깜짝 선물로 주게 된 덕분에, 대통령실은 새로 제작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윤석열 정부 의전 실패 사례도 참고가 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남의 나라 국기에 경례하고, 의장 사열 받을 때 거수 경례 안해서 어색한 상황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리스트업 해야 재실수를 막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참모들의 숨은 노력과 치밀한 준비가 '롤러코스터 같았던 회담'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바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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