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통일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출처 : 뉴스1)
20년 만에 통일부 장관으로 재입성한 정 장관. "남북간의 소통채널이 복구되고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며 연일 남북 긴장 완화를 강조하고 있죠. 정 장관에게 '돌격대장 리더십'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돌격대장 리더십으로 꽉 막힌 남북 관계 풀 수 있을까요?
21년 전 김정일 만나 '北 6자 회담 복귀' 설득
정 장관에게 '돌격대장'이란 타이틀이 붙기 시작한 건 첫 번째 통일부 장관을 지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5년 6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은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를 제공하라"는 북한과 "절대 안 된다"는 미국의 대립 때문에 1년 넘게 중단돼 있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 장관은 교착 상태를 뚫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2005년 6월 1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출처 : 동아일보)같은해 6월 17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핵 문제를 해결하면 남측이 전력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득한 겁니다. 약 한달 뒤인 7월 12일, 북한이 경수로 요구를 유보하면 한국이 200만kW의 전기를 북한에 보내주겠다는 이른바 '중대제안'을 공식 발표하죠. 발표 다음 날 미국행 비행기 오른 정 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을 직접 만나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다시 6자회담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한다'는 문구가 담긴 9.19 공동성명이 발표됐죠.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정 장관의 기세가 대단했다"고 떠올렸습니다.
"돌격대장이 돌아왔다"
정 장관이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다시 지명됐을 때, 통일부 내에선 "돌격대장이 돌아왔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정 장관은 답답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동맥경화처럼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으려면 웬만한 파격으로는 어림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거라는 겁니다.
'자주파'로 꼽히는 정 장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당시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아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논의해야 한다" 같은 발언을 쏟아냈죠. 파격적인 대북 유화책을 쏟아내는 정 장관의 발언이 자주 보도되면서 내부에선 "정 장관 복귀가 실감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정원 늘리고 승진 단행하며 '사기 진작'
정 장관이 오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축소됐던 통일부 인력이 67명 늘었습니다. 전 정부 때 조직이 축소되면서 2년간 과장급 이상 직급에서 승진이 아예 사라졌는데, 조직 개편으로 승진 인사도 단행했고요.
한 통일부 직원은 "정 장관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격의 없게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청사 청소 직원들과 식사를 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고 전해집니다. 바닥 청소할 때 밀걸레질 하는 것이 힘들다는 말을 듣고 행정안전부에 탑승식 청소기를 구매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조직 관리에 있어선 섬세한 리더십을 발휘한단 평가도 나옵니다.
대통령 대신 나섰다?
정 장관이 "돌격 앞으로"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 공동대표이자 대선 캠프 비서실 수석부실장을 맡은 '정동영계' 출신이죠.
그로부터 17년 뒤인 2024년, 21대 총선 낙선 후 4년 간 야인 생활을 하던 정 장관의 22대 총선 공천장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도장을 찍어줬고요.
한 통일부 당국자는 정 장관의 최근 행보를 "이 대통령 대신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아예 끊어버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가 꼬이면 부담이 될 수 있단 겁니다. 정 장관은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아도 '통일부 장관이 그러라고 있는 자리 아냐?'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대통령이 이런 역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정치적 멘토'인 정 장관 밖에 없다는 거죠.
국방부, 외교부와는 '불편한 관계'?
일각에선 자주파인 정 장관의 행보를 놓고 '독불장군 같다'는 뒷말도 나옵니다. 국방부, 외교부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는 모습도 포착되는데요.
정 장관이 계속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언급하자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불편한 기색을 보입니다. 한 국방부 측 관계자는 "통일부 일이나 잘 하지 왜 이러냐"고 하더라고요.
외교부가 미국 국무부와 대북정책 협의체를 구성하자 정 장관이 "대북정책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말하며 기싸움을 걸기도 했고요.
특히 대표적인 '동맹파'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는 대놓고 부딪히고 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 조정 문제만 해도 정 장관은 "조정하자"고 했지만 위 실장은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남북대화 카드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죠.
정 장관은 과거 자신이 맡았던 NSC 상임위원장 자리도 위 실장으로부터 되찾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정 장관은 지난달 3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등 '자주파' 원로들과 좌담회를 갖고 현재 NSC 구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차관급인 국가안보실 1·2·3차장들이 장관급들과 다같이 상임위원을 맡고 있으니 통일부의 입김이 약해진다는 건데요.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정 장관은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NSC 구조의 문제점은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며 위 실장 체제의 NSC를 저격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NSC 상임위원장은 여전히 위 실장이고 두 사람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돌격대장, 남북 관계 풀까?
한 고참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 남북관계는 '미국이라는 앞차만 따라갈 것이냐, 좀 돌아가더라도 우리만의 길을 내볼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데 정 장관은 후자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입니다. 북한은 최근 무인기 사건을 빌미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통일부를 저격하는 비난 담화를 발표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만간 열릴 최고인민회의와 9차 노동당 대회에서 법제화 할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당화 하려는 과정이라고 분석하는데요.
선 굵은 리더십으로 남북관계의 난맥을 돌파해 본 '돌격대장' 정 장관이 북한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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