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 요즘 그야말로 사회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 중입니다. 경제4단체장 간담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무안공항 방문, 고(故) 김하늘양 대전 빈소 방문 등 각종 현장을 찾는 건 물론이고요. 하얼빈 아시안게임 참석차 중국에 국빈 방문해서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만났습니다. 노원구 현장민원실도 재개하면서 지역구도 챙기고 있습니다. 여의도에선 ‘우 의장, 대권 행보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한데요. 우 의장 진짜 대권 행보를 하고 있는 걸까요?
“주변 만류에도 시진핑 수석 면담 결정”
하얼빈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찾은 우 의장.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0분 넘게 ‘단독 면담’을 했죠. 시 주석이 한국 국회의장을 접견한 건 지난 2014년 정의화 전 의장 이후로 11년 만입니다. 인민일보는 8일 자 2면 상단에 이 소식을 실었는데요. 비상 계엄으로 대통령과 외교 컨트롤타워가 공백인 상황에서 우 의장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면담 결정까진 부담이 컸던 걸로 보입니다. 방중 며칠 전부터 ‘우 의장이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다’라는 소문이 기자들 사이서 퍼졌고 기사로도 보도됐는데요. 당시 의장실에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우 의장과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처음에는 주변에서 시 주석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한 것으로 안다”며 “우 의장의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고 전했는데요. 사실상 대권행보가 아니냐는 질문에 우 의장 측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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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월담’ 뒷날 ‘우원식 담장’ 안내문
우 의장이 유명해진 계기가 된 ‘달빛 월담’도 당내 일각에선 ‘우 의장 띄우기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50분쯤, 국회 앞은 들어가려는 보좌진, 기자들과 진입을 막는 경찰 사이 대치로 아수라장이었죠. 국회 지리를 잘 아는 ‘고인물’ 의원 대부분은 국회운동장 쪽 낮은 담장을 넘거나 국회도서관 쪽 쪽문으로 들어갔는데요. 우원식 의장은 높은 담장을 택했습니다. 막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빨리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서였죠. 측근은 우 의장이 월담하는 모습을 사진 찍었고요. 우 의장이 넘은 담장에는 다음 날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담 넘어간 곳’이라고 써진 A4 용지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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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정치를 20년 했는데 국회 운동장 뒤에 낮은 담장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모르냐”며 “(우 의장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말하더군요. 다른 초선 의원은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경내로 들어가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경찰이 없는 틈을 타 쪽문으로 쉽게 들어갔다”며 “우 의장처럼 할 걸, 생각도 못 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우 의장 측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대권 도전 뜻 없다” 하지만…
우 의장이 대선 주자로 나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우 의장은 지난해 12월 19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대선 도전 계획’을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고요. 우 의장 최측근도 “전혀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또다른 측근은 “설사 대선 도전 뜻을 품는다 해도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이든 차근차근 준비해서 실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뜻이 생기더라도 다음을 노릴 것”이라는 겁니다.
반론도 제기됩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에 달려있다”며 “2심에서 대선에 못 나올 만큼의 형을 받고 불가피하게 누구를 추대해야 한다면 우 의장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는데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 일정 속에서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우 의장 측은 최근 행보를 모두 ‘대권 행보’로 보는 시선을 불편해 합니다. 우 의장이 한남동 공관에서 어제(12일) ‘고(故) 김근태계’ 인사 배우자들과 가진 오찬도 한 언론이 “사실상 대권행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죠. 이 모임, 우 의장과 수십 년 친분을 쌓아온 지기들의 정례 모임인데요. 한 참석자는 “친한 사람들끼리 밥도 못 먹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우 의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 의장 의사와 무관하게 당분간 다양한 해석이 쏟아질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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