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을 우리 돈 71억 원에 팔겠다는 트럼프 발언에, 투자 이민을 계획했던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민 문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대신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요.
경제카메라, 여인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투자이민', 쉽게 말해 돈을 투자해서 그 나라의 영주권을 받는 것입니다.
한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자산가 중 26.8%가 해외 투자 이민을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민을 가는 국가는 미국인데, 자산가들의 경우 증여세와 상속세 부담 때문에 미국 투자 이민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미연 / 미국 투자자문회사 대표]
"절세를 위해서 미국을 많이 선택하세요. 200억 원 정도는 증여·상속세 없이 자녀들에게 그냥 물려줄 수가 있는 거예요."
자녀 교육과 취업 문제도 미국 이민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A씨 / 영어유치원 학부모]
"7세 고시가 자신도 없고, 아예 해외를 나가서 학교를 다니는 게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할 것 같아서…"
과거 80만 달러, 우리 돈 11억 원 이상을 미국 기업에 투자하면 미국 영주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이민비자를 없애고 500만 달러, 우리 돈 71억 원을 내야 영주권 주는 '골드카드' 정책을 발표하면서 투자 이민을 계획하고 있던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B씨 / 국제학교 학부모]
"미국 대학 등록금을 싸게 간다든가 취업을 미국에서 한다든가는 영주권이 없으면 사실상 정말 힘들거든요. 500만 달러로 금액을 올려버리니까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죠."
이민업체에는 골드카드 제도 시행 전 투자 이민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장음]
"자금이 이미 마련이 되신 분들 같은 경우는 3월 13일 이내에 접수를 해드릴 순 있지만요."
미국의 이민 문턱이 높아지면서 다른 국가로 눈길을 돌리기도 합니다.
[B씨 / 국제학교 학부모]
"상대적으로 기준이 낮은 유럽이나 호주 쪽으로 이민을 생각해 봐야 되지 않겠나."
하지만 뉴질랜드나 싱가포르 등 영어권 국가들의 경우 이민 비용이 수십억 원이 됩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나 뉴질랜드에 비해 투자 이민 비용은 적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선호도는 떨어집니다.
[이유리 / 이민 전문 변호사]
"유럽 국가들은 크게 메리트를 많이 못 느끼시는 것 같아요. 지금은 미국 영주권의 가치가 한껏 올라 있다…"
트럼프의 고액 영주권 장사에 다양한 이유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경제카메라, 여인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