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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신분 확인 구멍 술술…건강보험 도용 실태 추적

2025-03-11 11:45 사회

<신분증 확인 의무 10개월째…현실은?>

 지난해 5월부터 병원 측은 진료 시 환자 신분을 확인해야 하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병원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접수처. 접수대에 큼지막한 글씨로 신분증 확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오늘은 그냥 해드릴게요."

취재진이 신분증을 안 가져왔다고 하자, 병원 직원은 망설임 없이 접수를 진행했습니다.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한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병원 신분증 확인이 의무화되었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이름뿐인 규제'에 불과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오히려 '무용지물' 된 모바일 건강보험증>

 병원 측은 모바일 건강 보험증 확인 뒤 접수증엔 타인 인적사항을 적은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이름도 나이도 전혀 다른 제작진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제시한 뒤, 접수증엔 기자 인적사항을 기재해도 병원 측은 전혀 알아채지 못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건 그냥 확인만 하는 거고, 접수증은 직접 작성하시면 됩니다."

병원에서 환자 정보를 접수할 때,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보고서 환자 정보를 기입해야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환자가 접수증을 직접 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사진이 없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란 이름 아래 신분 확인 절차가 더욱 허술해진 셈입니다.

<SNS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건강보험증…"하루면 제작">

 텔레그램 등으로 버젓이 불법 거래되고 있는 가짜 건강보험증.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SNS에서는 건강보험증이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일정 금액만 지급하면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대여 받을 수 있고, 위조된 건강보험증을 제작해 판매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데도 서울의 병원과 약국에서 본인의 건강보험증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도 접촉했습니다.

"병원에 전화해보니 모바일 건강보험증 확인만 하고 접수받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특히 건강보험증 도용이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졸피뎀, 프로포폴 같은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으로 처방받기 위해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 5년간 16만 건 적발>

 건강보험 명의 도용 당한 뒤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자들.
 건강보험 명의 도용 당한 뒤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자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명의 도용 및 대여 사례는 16만 건 이상 적발됐습니다. 명의 도용자는 평균 56건 건강보험을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적발돼도 실질적인 처벌은 미비합니다.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하다 적발되더라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습니다. 하지만 실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명의 도용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있으며, 병원 측도 적극적인 확인 절차를 수행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건보공단 측 "시간이 필요"…그 사이 명의 도용 건보료 줄줄 새>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모든 명의 도용과 대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는 어렵다"며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건강보험 도용은 국민 의료 시스템을 악용하는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 사진을 추가하는 등 기술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병원의 신분 확인 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 처벌 강화를 통해 건강보험 도용이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당신의 건강보험증, 지금 어디서 사용되는지 확신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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