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반전은 없었습니다. 지난 주말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90% 가까운 누적 득표율을 기록해 '구대명'(90% 득표율로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죠. '양김'(김경수 김동연)이 10%는 넘겠지'란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둘 다 5%대 득표율에 그쳤습니다. 호남권과 수도권 경선, 그리고 국민 여론조사가 남아 있긴 하지만 결과를 뒤집긴 어려워 보이죠.
이미 결과가 정해진 싸움에 왜 나가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후보 1인당 내는 4억 원의 경선 기탁금도 부담일 겁니다. 득표율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김경수 김동연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진짜 속내는 뭘까요.

'이재명 다음은 김경수' 부각
민주당 경선 전국 순회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 김경수 후보 측 핵심 관계자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진짜 목표가 무엇이냐고요. 이 관계자는 "이번 경선에서 얼마나 득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안희정 후보의 득표율(21.5%)만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요.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한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였죠. 당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에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중도 색채가 강해 문 전 대표보다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죠. '비서에 대한 권력형 성범죄'가 불거지기 전까지 '문재인 다음은 안희정'이란 말이 나왔었습니다.
목표와 달리 김경수 후보는 아직 5%대 누적 득표율에 그치고 있죠. 기대엔 못 미치지만, 김 후보 측은 이번 경선을 통해 당원과 국민에 눈 도장 찍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경남지사를 지낸 김 후보가 자신을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겁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출마 선언에 '겸손한 권력'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그것이 단면으로 김경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김경수 후보는) 참 똑똑한 사람이다. 워낙 준비가 철저하다"며 "이번 대선만을 위해 어려운 길을 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 캠프 관계자도 "언제든지 김 후보를 포용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는데요. 일단 당장 내년 있는 지방선거에서 경남이 아닌 다른 광역단체장에 도전하거나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정치적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 '차기, 차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 하겠다는 겁니다.
3년 전 입당한 김동연 "당원과 스킨십 강화"
김동연 후보는 이번 경선에 임하는 열정이 대단합니다. 그는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시중 은행에 들어간 뒤 야간 대학교를 다니며 입법ㆍ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부처 요직을 두루 거친 입지전적인 인물이죠. 경제 관료로 일할 때도 소문난 워커홀릭이었는데요. '선거를 돕는 사람들의 바닥난 체력을 김 후보 에너지로 충전시킨다'는 말도 주변에서 나옵니다.
김동연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최종 득표율 20%가 일단 가장 가까운 꿈"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경기지사 연임이나 당권 도전 여부는 추후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는 거죠. 또 다른 관계자는 "차근차근 다음 스텝을 밟아온 궤적을 보면 김 지사의 다음 행선지를 추측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김 후보는 이번 경선에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는데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후보가 90% 표를 얻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압도적 정권교체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작심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착한 2등 전략은 단 1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도 못 박았는데요.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공격받고 있지만, 잘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도 뚜렷합니다.
2022년 입당해 당 경력이 짧은 김동연 후보는 이번 경선을 통해 지역 조직도 다지고, 당원과 스킨십도 늘리고 있는데요. 결국 더 큰 꿈을 꾸려면 당심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보는 거죠.
'경제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김 후보 측은 또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연설을 하거나 TV 토론회에 나가면 준비한 원고보다 말이 길어져서 의욕만큼 메시지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김 후보는 어제(21일) 정치 풍자 예능쇼 녹화에 참여해 이미지 탈바꿈에 나섰습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좀 더 위트있고 유연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호남 경선에서 추격 노리는 '양김'
두 후보 모두 사흘밖에 남지 않은 26일 호남지역 경선 준비에 한창입니다. 김경수 후보는 오늘 전북 당원들과 간담회 후 광주에서 민생 행보를 하고요. 김동연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의 명칭을 5.18 광주민주항쟁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하는 등 호남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김경수 후보는 지역자치 현실을 잘 아는 만큼 호남 메가시티 공약에 집중하겠단 계획이고요. 김동연 후보는 DJ 정신 계승 의지를 호남에서 더 강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경선 기간 두 후보 캠프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 맞서기 위한 단일화는 없다는 겁니다. 이번 경선이, 두 후보가 정치적 체급을 키우며 다음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