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단일화? 이젠 코미디 아닌가.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후보 만나러 대구에 가다가 대전에서 내렸다가. 이젠 김문수 후보 빼고 예정대로 여론조사 한다고 하고. 아주 재밌던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충돌로 '산으로 가는' 보수 후보 단일화를 두고 오늘(8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소속 한 의원이 내놓은 관전평입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의 긴장감, 적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답이 정해져 있던 민주당 대선 경선과는 달리, 국민의힘 경선은 후보들이 난립하며 치열하게 붙었으니까요. 한덕수 총리 출마 얘기까지 나오면서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통한 컨벤션 효과를 우려하는 의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까놓고 보니 "감동은 없고 당내 권력 쟁투만 있다"는 평가가 민주당에서 지배적입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쌍권(권영세, 권성동) 지도부가 단일화를 밀어붙이는 걸 보면 김문수 드롭(포기) 작전이자 한덕수 추대 작전"이라며 "결국 대권보다는 당권 싸움이다. 당권 누가 잡아서 지방선거 공천 누가 하느냐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꼬집었는데요. 국민의힘의 집안 싸움을 바라보며, 민주당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오늘(8일) 아침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단일화에서 손 떼라"고 밝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 출처 = 뉴시스) 경북 구미를 찾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오른쪽, 출처 = 뉴시스)

"李 재판 연기에도 국힘 공세 낮아 안도"

어제(7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는 결정이 났죠.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일명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단일대오로 비판 목소리를 내지 않더라며 안도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국민의힘이 미친 듯이 여론전을 펼쳤을 텐데 단일화 내홍에 공세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더라. 당권 말고 아무 것도 관심이 없는 건데 우리 입장에선 좋지"라고요.

민주당 일각에선 이 후보 재판이 대선 이후로 밀리면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단일화 퇴로를 생각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 재판이 대선 이후로 밀리고 몇 시간 안 지나 한 후보가 나와서 11일까지 단일화 없으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 협상 직전에 그 말을 왜 했겠냐"고 되물었는데요.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국면에서, 한 전 총리가 승산이 없다고 보고 슬슬 발을 빼려 한다고 보는 겁니다.

김문수 대신 지도부‧한덕수 때리기, 왜?

 오늘(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단회의에서 국민의힘 단일화 내홍을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출처 = 뉴스1)

국민의힘의 단일화 내홍을 바라보는 민주당, 이제 공세는 누구를 향할까요. 오늘 선대위 회의를 보면, 김 후보가 아니라 단일화를 밀어붙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 후보를 향해 공격이 집중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 "코미디를 넘어선 막장 사기극"(윤호중) "본인들 손으로 뽑은 후보를 본인들 손으로 축출하는 것"(강훈식)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직격했죠. 한 후보를 향해선 "윤석열 아바타" "내란 방조자" "대권 날치기"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 대선 상대로 한 후보보다는 김 후보를 선호하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경제 전문성과 중도 확장성이 더 높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나 이낙연 전 총리 등과의 연대·단일화 가능성이 있는 한 후보가 김 후보 보다는 어려운 상대라는 겁니다. 탄핵 정국 때도 민주당 관계자의 100이면 99는 '김나땡(김문수 나오면 땡큐)'을 외쳐왔거든요.

국민의힘의 단일화가 갈등 끝에 순탄한 결말을 찾을지, 진흙탕 싸움으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에 민주당은 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