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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하면 현금 줄게’ 10대 홍채 인증 노린다 [사건현장 360+]

2025-05-08 14:25 사회

 전국에 홍채 인식 기기가 있는 카페들이 있다. 원래 관리자가 있지만 없을 때도 미성년자의 인증이 이뤄졌다.
카페 안 동그란 기기 앞에 모인 10대들

늦은 오후 한 카페. 앳되보이는 남녀 무리가 동그란 기기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습니다. 한 업체의 홍채 인식 기기였습니다.

홍채 인증을 완료한 이들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자 '고등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홍채 인식을 하고 7만 5천 원을 계좌로 송금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해당 기기 인증 후 성인들은 보통 가상화폐로 지급 받지만 10대 미성년자들에게는 계좌 송금으로 현금을 준다는 것입니다.

민감 정보로 분류되는 홍채 인식. 하지만 이들이 홍채 인식을 하는 동안 관리자도, 미성년자 개인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부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증하면 용돈 벌 수 있대요" 피라미드식 수법에 현혹

홍채를 등록하면 용돈까지 벌 수 있다는 소문은 학생들에게도 퍼졌습니다. 중학생 A양은 "홍채 인증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들었다"고 했고 중학생 B군도 "친구가 10만 원을 받고 계좌 인증까지 했다"고 거들었습니다.

10대들에게 홍채 인증이 돈벌이로 퍼지게 된 건 SNS 오픈 채팅방도 한몫했습니다. 홍채 인증이 가능한지 문의하면 애플리케이션 링크를 통해 가입하게 한 뒤, 인근 오프라인 카페에서 홍채 등록을 유도합니다. 여기에 주변인을 소개하면 추가 보상까지 지급하는 피라미드식 수법을 써 개인정보 중요성을 모르는 10대들이 참여하게 된 걸로 보입니다.

 SNS 오픈채팅방 등을 이용해 10대들에게 홍채 인식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가 퍼져 나갔다.
미성년자 인증 원칙상 안되지만…꼼수 인증

원칙상 미성년자의 홍채 인식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다른 카페에서 만난 홍채 인식 기기 관리자는 "원래 기기에서 잠금이 걸려 만 18세 미만은 안 되지만 되기도 한다"며 "(미성년자 홍채 인증은) 랜덤"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리자는 "홍채 인증을 위해 앱으로 예약할 때 생년월일을 넣는데 미성년자 경우 좀 다르게 입력해도 된다"며 꼼수 가입도 설명했습니다. 또 기자가 홍채 인식 기기가 놓인 카페에 있는 동안 이런 관리자들이 홍채 인증을 하는 이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10대 홍채 인식 관련 첫 스쿨벨을 발령했다.
경찰, 관련 '스쿨벨' 발령…관계자 조사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없는, 부당한 방법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은 불법입니다. 또 생년월일을 바꿔 입력하는 것도 법에 위반됩니다.

경찰은 10대의 홍채 인식 관련 올해 첫 '스쿨벨'을 발령했습니다. 청소년의 불법 홍채 인증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미성년자에게 홍채 인증을 유도한 성인을 특정해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소지는 없는지 조사 중입니다.

한편 홍채 인식 관련 업체는 10대들의 홍채 인증과 관련해, 관련 사례를 접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성년자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고 현장 운영자에게 철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 홍채 인증, 디지털 착취의 일종

그러나 일부 10대들의 홍채 인식은 행해졌고, 이 정보가 과연 어디로 갈지 염려됩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0대 때 수집한 홍채 정보는 시간이 한참 흐르더라도 똑같이 사용 가능하다"면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황 교수는 "청소년의 경우 생체 정보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이를 매매해 수집했다면 디지털 착취에 가까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취재를 하는 내내, 10대들을 포함해 성인에게도 꼭 물어본 질문이 있습니다. "인식한 홍채 정보가 어디 쓰이는 지 알아요?" 대답은 대동소이했습니다. "알아서 잘 쓰지 않을까요."

기술이 초월적으로 진일보하는 시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배우고 지켜야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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