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2년 권고 결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 출처=뉴스1) / 당원권 정지 2년 권고에 반발한 김종혁 전 최고위원.(출처 : 뉴시스)국민의힘에는 30개 가량의 당내 위원회가 있습니다. 그중 한 위원회가 요즘 블랙홀처럼 당 안팎의 주요 이슈들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비단 친한(친한동훈)계뿐 아니라 당내 여러 의원들마저 우려를 표하고 있는 당무감사위원회 이야기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말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를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했죠. 이 위원장은 임명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26일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김 전 최고위원이 방송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장동혁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거죠.
바로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엔 한동훈 전 대표 일가와 관련된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 대표 일가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부정적인 게시글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을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지난 9일엔 '긴급 공지'를 통해 한 전 대표 가족들이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까지 공개했습니다. 가족들의 실명과 함께, 같은 이름의 당원들이 탈당한 날짜나 소속된 당협 등 개인 정보를 취재진에게 알린 거죠. 지난 16일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이란 중징계를 권고했습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죠.
한동훈 전 대표는 "우스운 당으로 만들지 말고, 저를 찍어내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18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張 "계엄 책임 통감" 언급한 날 '당게 조사 착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비상 계엄사태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이 위원장의 돌발 행보에 친한계 뿐 아니라, 당 지도부 관계자들도 당황하는 모습을 내비쳤습니다. "꼭 이때여야 했느냐"는 겁니다.
이 위원장이 한 전 대표의 당게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28일은 장동혁 대표가 대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언급한 날입니다. "계엄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께 혼란과 고통을 드렸다"며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있다"는 기존보다 진일보한 메시지를 낸 건데 집중도가 분산됐죠.
김 전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한 지난 16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을 만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도록, 너무 극단적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저를 다시 돌아보겠다"고 했죠. 하지만 이 메시지보다 주목받은 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였습니다. 한 의원은 이호선 위원장의 발표에 "통제가 안 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왜 굳이 지금이어야 하느냐"며 "쌩뚱맞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통일교 특검을 밀어붙이는 등 대여 투쟁을 위한 원내 단합이 중요한 시점에 분열을 일으킨다는 거죠.
장동혁 대표 측은 "당무감사위는 독립된 조직"이며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내에선 "대표가 감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을 정말 믿느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징계 권고 의결서 전문' 개인 블로그에 올려
당무감사위의 입장이 사적 통로로 나가는 것 역시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 위원장은 조사 관련 내용이나 입장을 기자들에 개별 문자메시지로 보내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리곤 합니다. 당무감사위 활동에 비판적인 지도부 인사나 언론을 지적하거나 김 전 최고위원 징계 권고 의결서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전임 위원장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실제로 한 지도부 인사는 이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어떤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지 되려 물을 정도였습니다.
이 위원장의 거친 글도 논란이 됐습니다. 김 전 최고위원 징계 권고 의결 하루 전인 지난 15일엔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죽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친한계를 겨냥했다는 의심을 샀죠. 본인은 "그럴리가 있겠냐"며 "(해석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일축했지만,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불러온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차기 윤리위원장 인선에 주목
전임 여상원 윤리위원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뉴스1)이 위원장의 결정을 최종 갈무리하는 건 당 중앙윤리위원회입니다. 현재 위원장직은 공석입니다. 앞서 권영세 비대위 체제에서 임명된 여상원 위원장은 지난달 사임했고, 현 지도부에서 위원장직 추천을 받고 있는 중인데요. 위원장에 누가 임명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친한계 일각에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5.18 폄훼 논란'을 빚은 도태우 변호사가 윤리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차기 위원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죠.
생각은 달라도 국민의힘 내에선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단합'이 중요하다는 대명제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장동혁 지도부가 새롭게 임명할 윤리위원장이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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