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유찰, 유찰”
1년 중 카네이션이 가장 잘 팔리는 5월 첫 주,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경매장을 찾았습니다. 꽃 시장에선 가장 대목인 시기이지만, 웬일인지 경매장 분위기는 싸늘했습니다.
농협직원이 “빨간색 카네이션”을 아무리 외쳐도 종이를 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유찰이요”만 반복됐습니다.
“어제 유찰돼서 지금 여기 그대로 있어요, 꽃. 카네이션이 솔직히 지금 이 시즌 보고 농사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유찰돼서…. 올해는 진짜 큰일이야.” -서동숙 카네이션 농민
경매장에 내놓은 카네이션 물량은 직전 경매 대비 60% 줄었습니다. 그런데도 가격은 더 떨어졌습니다. 농가는 원인을 수입산 카네이션 때문이라 말합니다. 중국산은 국산 카네이션보다 30% 저렴한데, 난방비며 비룟값이 급등해 생산비가 오른 국산 카네이션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는 겁니다.
“시장 논리에 의하면 가격 싼 걸 구입하기 마련이거든.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고. 그걸 사서 판매해야 또 경쟁력이 생기니까 수입을 구입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안병노 카네이션 중도매인
직접 꽃집 다녀보니…원산지 속여
농민들은 소매점에 원산지라도 제대로 적혀 있으면, 소비자들이 이왕 국산을 고르지 않겠냐며, 원산지 관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과연 소매점의 실태는 어떨까. 직접 부산 꽃집 12곳을 다녀봤습니다. 그 중 2곳만 원산지를 표시해놨고, 나머지는 표시 의무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꽃집 대부분 국산과 수입산을 함께 팔고 있었습니다.
기자 : 원산지 표시는 안 해요?
상인1 : 저희는 따로 안 해요.
상인2 : 구청에서 따로 나와서 규제하진 않더라고요.
기자 : 사람들이 원산지를 물어보기도 하나요?
상인3 : 100% 안 물어보죠. 인식이 아직까지 몰라요. 이게 먹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 보는 거니까 그렇게 심각성이 없는 것 같고….
원산지표시법에 따르면 카네이션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국산 표시는 없지만 국산이라 소개한 카네이션 6다발을 구매해 농산물품질관리원에 감정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2다발 중 2다발이 수입산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산 카네이션은 꽃받침이 연하고 얇지만 수입산은 진한 녹색을 띄고 두껍습니다. 또, 국산은 줄기가 가늘고 잎이 많이 붙어있지만 수입산은 줄기가 두껍고, 수입 과정에서 병해충이 붙어오는 걸 막기 위해 잎을 일부러 제거해 잎이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듭니다. 농민들은 단속을 강화해달라고 호소합니다. 동시에 어버이날, 바뀐 소비자 선호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꽃 한 송이라도 가정 꽃 문화가 되면 그나마 좀 나을 텐데 아직 우리나라는 형성이 안 돼있습니다. 그 와중에 계속 수입이 들어옵니다. 농가는 더 죽는 거죠.” -정윤재 카네이션 농민
*뉴스A의 코너, ‘현장카메라’와 ‘다시간다’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현장 카메라] <뉴스A, 지난 8일>
[기사 링크 : https://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346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