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심층취재, 오늘 추적은 국내 1등 정수기 업체에서 개인정보가 새고 있다는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본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한다는데,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실태 정성원 기자가 추적합니다.

[기자]
이 제보 영상이 추적의 시작이었습니다.

국내 유명 정수기업체 대리점에서 고객 전화번호 하나로 다른 개인정보까지 손쉽게 본다는 겁니다. 

고객 동의 없이 말입니다.

[전 대리점주]
"헤어진 여자친구 ○○○ 쓰는 거 볼까 하면서 전화번호만으로 조회를…"

영상이 조작된 건 아닐까?

이 업체 정수기를 쓰고 있는 선배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리점에 번호를 건네봤습니다. 

번호를 넣자 이름과 집 주소, 결제 카드사, 클릭 몇 번에 가입 당시 직접 날인한 서명 이미지도 뜹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본사에 물었습니다.

[본사 관계자]
"개인 정보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은 마스킹(가림) 되어 나오지 절대 노출되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

제보대로 정말 대리점마다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한지 제가 직접 돌아보겠습니다.

선배 기자와 가족이 될 사이라며 전화번호를 내밀었습니다.

[A 대리점]
"<처형 되실 분인데 쓰는 제품 볼 수 있나요?> 잠깐만요. 전화번호 찍어보면 나와요. <전화번호 찍으면 나와요?> 불러보세요. <010-0000-0000.> ○○○님? 저거에요. ○○구 ○○로. 6년 약정하셨네."

주소를 불러줍니다.

다른 곳에는 정수기를 쓰고 있는 기자의 어머니 연락처를 건네봤습니다. 

본인 동의 절차도 가족 확인도 없이 세부주소를 알려줍니다.

[B 대리점]
"어머니 핸드폰 번호 한번 알려주세요. 제가 정확하게 봐드릴게요. 전산을 보고. ○○○ 고객님으로 나오네요. <주소가 혹시 어떻게 돼 있나요.> ○○로 ○○동 ○○호, ○○마을 ○○아파트 이렇게 돼 있는데요."

[전 직원]
"흥신소 같은 데서 그걸 알아서 누구 하나하나 조회해서 주소가 어딘지 금방 조회할 거 아니에요. 정말 위험할 수 있는 거예요."

현행법은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본인 동의를 구하게 되어있습니다.

대리점에서 자신이 관리하지 않는 지역 고객 정보까지 들여다보고 특히 타인에게 알려주는건 문제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염흥열 /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서 개인정보가 처리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주소 같은 정보는 민감한 정보거든요."

본사는 오늘 오후 "일부 대리점에서 벌어진 부정적 행위에 대해 즉각 관리 감독을 시행하고,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라고 다시 입장을 밝혔습니다.

심층취재 추적, 정성원입니다.

PD: 윤순용
AD: 최승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