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초등학생을 숨지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부장판사)는 오늘(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고 씨의 뺑소니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고 씨가 사고 현장 직선거리 16~21미터 거리의 주거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즉시 현장에 온 점을 감안했습니다. 현장에 다시 오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약 9초였던 것도 참작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 돌아온 직후 주변에 본인이 운전자라고 알린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의 도주가 증명됐다고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고 현장 CCTV와 블랙박스를 봤을 때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고 씨의 형량이 줄어든 건 1심과 양형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위험운전치사 두 가지 혐의가 하나의 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앞서 1심은 각각의 범죄가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고 씨는 1심에서 3억5천만 원, 항소심에서 1억 5천만원을 유족에게 공탁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족이 공탁 수령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하게 밝히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공탁 사실은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유족은 선고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아이가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도중에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했다"며 "그런데 (징역) 5년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대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고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생을 들이받고 현장을 이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당시 고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