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홍대 앞 거리에서 40대에 국가 지도자가 된 해외 인사들을 거론하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지지세가 약한 2030세대 여성 공략에 나선 걸까요. 지난 14일엔 난임센터를 찾아 바이오 분야 규제 철폐를 약속했습니다. 다음달엔 자신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 '준스톤: 이어원'도 개봉하는데요.
아직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나지 않았죠. 1985년 3월 31일생인 이 의원은 대선 출마가 가능한 '만 40세'도 아직 안 됐는데요. 고향인 국민의힘에선 조기 대선이 금기어라고 하는데, 이 의원은 왜 대권 '과속 행보'에 나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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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한 것보다 솔직한 게 낫다"
'음흉한 것보다 솔직한 게 낫다'는 게 이 의원 판단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거라 확신하고, 그냥 솔직하게 다 드러내놓고 조기대선 준비하겠다는 겁니다. '내가 차기 대통령 하겠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거죠.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채널A에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사실상 대권 행보보다 더한 행보들을 하고 있으면서 입만 조기대선 생각 안 한다고 한다"며 "얼마나 음흉하고 기만적인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오 시장은 국회에서 마치 대선 출정식 같은 개헌 토론회를 이미 열었고, 김 장관은 갑자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고 시장을 방문했다"면서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도층을 겨냥해 우클릭에 나선 것도 "음흉하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 측근들은 "왜 벌써 김칫국이냐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과거의 문제점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미래 비전을 하루빨리 보여주는 게 낫다는 게 이 의원 판단"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앞장서는 '퍼스트 펭귄'이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퍼스트 펭귄,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뛰어드는 도전자를 뜻하죠.
"명태균 특검? 누명 밝혀질 기회"
일각에선 이 의원의 조기 대선 행보에 대해 "명태균 논란이나 당 내분을 덮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 의원 측은 펄쩍 뛰었는데요. "명태균 특검법은 개혁신당도 공동 발의했다. 불법이 될 게 없고 떳떳하기 때문"이라며 "이 의원은 오히려 누명이 깔끔하게 밝혀질 기회라고 본다"는 겁니다. 대표직을 상실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이 의원과 끝까지 전쟁을 치를 것"이라며 벼르고 있죠. 이 의원 측은 이렇게 말합니다. "허 전 대표 문제는 이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요. "대선 준비만 하는 것도 바쁘다"는 겁니다.
거대 양당처럼 같은 진영 내 이해타산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른 광폭 행보의 배경 중 하나입니다. 국민의힘에는 친윤계·비윤계·친한계가 있고, 민주당에는 친명계·찐명계·비명계가 있죠.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당내 경선도 아주 치열하게 벌어질 겁니다. 그에 비해 개혁신당에서는 이 의원이 사실상 유일한 후보가 되겠죠.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거대 양당 인사들은 이해 관계 때문에 함부로 고개 들기 어렵다"며 "그에 반해 이 의원은 몸이 가볍고 색채도 분명하기 때문에 움직이기 쉽다"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허 전 대표 측은 "음흉한 건 이준석"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 의원이 허 전 대표를 내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허 전 대표가 '대선 경선'을 건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인데요. 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은 추대받아 대선 후보를 따내려 하고, 당연히 후보가 될 거라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다"며 "당에서 경선에 나설 사람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급하게 조기대선을 치르게 돼도 거대 양당은 금방 대선 모드로 바뀔 수 있지만, 개혁신당은 작은 정당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건데요.
개혁신당 관계자는 "가령 홍준표, 오세훈, 김문수는 어떻게 하면 경선에서 1등 할까 걱정하지, '내가 이 당에서 선거 뛸 수 있을까'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면 우리는 당 제반사항이나 선거 비용 등도 걱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비 보존을 받으려면 15% 이상 득표해야 하죠. 그래서 조금 더 빨리 대선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尹‧전한길, 대한민국에 독약 풀어"
이 의원은 연일 '부정선거 토론'을 제안하며 국민의힘과 차별화하는데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성과 반지성'의 대결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렇게 말했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성의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부정선거 같은 반지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요.
이 의원 측은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까지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관심 없던 사람들도 진짜가 아닌지 의심하게 됐다"며 "앞으로 있을 미래의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자가 승복하지 않을 명분을 대통령이 심어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도 여기에 불을 지폈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부정선거와 선 그어도 이길 자신 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시절 부정선거 세력과 절연했지만 세 번의 선거에서 이긴 경험이 있고 부정선거는 없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서요.
"국민의힘 복귀 생각 1도 없다"
이 의원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국민의힘 복귀설'에 대한 속내는 어떨까요. 이 의원 측근은 "그럴 생각, '단 1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뇌와 가슴을 열어서라도 진심을 확인시켜드리고 싶다"면서요. 국민의힘과 합치거나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이 의원이나 측근들의 정치 인생은 끝이라는 확신이 있고, 계엄을 선포한 집권 여당에 치댈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고요.
이 의원 측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중도층 표 확보를 위해 이 의원 복귀설을 역으로 흘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 측은 "이재명 대항마로 김문수 장관이 거론된다는 건 중도층이 완전히 길을 잃었다는 시그널"이라며 "지난 총선 때 동탄에서 양당을 누르고 당선된 것처럼 대선에서도 이준석이 당선되는 이변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여야 모두 입단속에 나서거나 갈지자 행보를 하는 와중에, 적어도 이 의원은 소신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호감 1위 여론조사'나 '낮은 지지율' 등은 한계로 꼽힙니다. 정치인 이준석은 국민의힘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고 홀로서기할 수 있을까요. '동탄의 기적', 다시 한 번 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