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부울경, PK)이 더 보수화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남 양산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털어놓은 걱정입니다. "중앙에 있었을 땐 잘 몰랐는데, 지역에 와보니 체감된다"면서요.
그러면서 "PK 경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는데요. 당시 면담 참석자들, 경제 낙후로 소멸되는 지방 문제와 특히 PK의 고령·보수화 이슈에 대해 1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문 전 대통령의 고민을 듣던 이 대표, "안 그래도 지금 준비하고 있다"며 '북극항로 개척' 등 여러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하는데요. 이 대표가 몇 달 전 이언주 최고위원에게 리서치를 요청해놓았던 'PK 지역 활성화' 방안을 거론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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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연설‧최고위서 "부산 북극항로"
문 전 대통령 당부 영향일까요. 이 대표, 최근 공식 석상에서 PK 챙기기가 더 뚜렷해졌죠.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시가 북극항로 개척 전담 조직을 꾸린 것을 두고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겼죠. 여당 소속 시장이 주도하는 지역 현안에 대해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린 일에는 여야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함께 힘을 합치자"고 한 겁니다.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선 "세계에서 부울경으로 모인 화물이 대륙철도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갈 미래 비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PK를 또 띄웠는데요. 대형 항만이 있는 부산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출발점이란 점을 부각한 겁니다. 당내에선 "북극항로가 PK 대표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 대표, 왜 이렇게 PK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요. 민주당 부산시당 한 관계자는 "PK 민심이 전국적 민심과는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지난해 총선만 봐도 전체 의석수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대승했지만, 부산에선 단 1석을 얻는데 데 그쳤죠. 전국 평균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치는 PK지역 지지율도 고민입니다.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도는 34%였지만 PK 지역 지지도는 23%였죠. 이 대표, 외연 확장을 위해 "민주당은 중도 보수"라고까지 외치고 있습니다.
아시와와 유럽을 최단거리로 잇는 북극항로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단 당 차원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북극해 그린란드를 탐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끝내려는 러시아도 기존 남방항로 대신 북극항로에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동북아 거점항으로 띄우겠단 의지를 이 대표가 표명한 거죠.
文 "PK 잘 아는 인재 활용"…李, 김경수와 회동
지난달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가 예방했을 때 "PK 경제 현안을 잘 아는 인재들을 폭 넓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했다고 합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영춘 전 의원을 비롯해 여러 비명계 인사가 거론됐다고 하는데요. 이후 이재명 대표, '친문 핵심'인 김 전 지사와 만났죠. 통합의 리더십으로 지도자 면모를 보여야 할 이 대표 입장에선 여러모로 PK를 더 강하게 끌어 안아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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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오는 23일 부산신항을 찾아 북극항로 개척 관련 현장 간담회를 엽니다. 지난해 10월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넉달 만의 방문인데요. '북극항로 개척'과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킨 "민주당은 중도 보수" 발언으로 부울경 민심 붙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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