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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이 50만 원?”…개인정보 유출 실태

2025-02-21 15:22 사회



 온라인 중고 장터 등에 졸업앨범을 사겠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고 1998년 졸업앨범 50만 원에 삽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발견한 이 글을 보고 처음에는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하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특정 학교, 특정 연도의 졸업앨범을 찾는 것입니다.
거래 가격도 10만원부터 50만원까지 다양했습니다. 졸업앨범이 왜 이렇게 비싸게 거래되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졸업앨범을 왜?

 졸업앨범을 찾는 곳은 대부분 흥신소였다.
A 씨(흥신소 관계자)
"혹시 졸업앨범 파실 생각 있나요? 최대한 가격은 맞춰 드릴게요."

거래 이유를 묻자 그는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A 씨(흥신소 관계자)
"여긴 탐정사무소고요. 의뢰인이 있는데 자기 아는 사람이 그 학교 졸업자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해서 찾고 있어요."

서울 인근 흥신소 5군데를 찾아 "사람을 찾아달라"고 하자, 졸업앨범 있는지 묻습니다. 졸업앨범은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찾기 위한 도구가 된 것입니다.

B 씨(흥신소 관계자)
"앨범이 있으면 옛날 주소가 나오잖아요? 그러면 거기서 신상 정보를 조회해서 찾아내는 거예요. 우리가 의뢰하는 또 업체가 있어요. 물론 불법적인 요소가 있긴 한데…"

C 씨(흥신소 관계자)
"앨범에 정보로 3일만 주시면 그 사람 현재 전화번호, 사는 곳, 직장 등 다 알아낼 수 있어요."

심지어 흥신소가 아니라 의뢰인이 먼저 구해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졸업앨범에 나와 있는 정보를 흥신소에 가져가면 의뢰 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졸업앨범 속 정보, 왜 위험한가?

 2010년 이전 제작된 졸업앨범 안에는 개인정보가 들어있다.
옛날 졸업앨범을 펼쳐보면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심지어 집 주소까지 기재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2010년 이전 졸업앨범에는 개인정보 보호 개념이 미흡해 상당한 정보가 노출돼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흥신소에선 전국에 유명 중·고등학교의 졸업앨범을 매년 구매, 보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보는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졸업앨범을 통해 확보된 신상 정보를 이용해 대출 사기, 스토킹, 금융 범죄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D 씨(졸업앨범 정보 유출 피해자)
"회사로 어떤 사람이 찾아왔어요. 대부업체에서 고용했다고 하더라고요. 내 정보를 어떻게 알았냐니까 졸업앨범에서 찾았다고 하더군요. 너무 무서웠어요."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헌책방에서도 거래?

 졸업앨범이 가득 쌓여있는 헌책방. 영업맨들이 주로 찾았다고 한다.
40년 넘게 헌책방을 운영하는 이범순 씨. 이 씨의 헌책방에는 약 1만여 권의 졸업앨범이 보관돼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2020년도까지 다양합니다. 헌책방을 운영하다보니 한 개, 두 개씩 모으던 게 엄청난 규모로 쌓인 건데 이 씨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범순(헌책방 대표)
"예전엔 인명록이나 졸업앨범을 찾는 전화가 종종 왔었어요. 졸업하자마자 앨범을 잃어버렸다면서 옛 친구를 찾고 싶다는 분도 있었고요. 기업 영업팀에서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있어서 판매 안 한지 오래됐어요.”

하지만 일부 헌책방은 판매하고 있었고 심지어 여러 권 사면 더 할인해주겠다고도 했습니다.

E 씨(헌책방 대표)
"현재 80권까지 가능합니다. 1권에 3만4천 원입니다. 6권 사면 무료 배송해드리고 있어요."

법적으로 처벌 가능할까?

졸업앨범 속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특히 앨범 사진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는 건 더 큰 범죄행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이 중고거래로 졸업앨범을 판매하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과거에 발행된 졸업앨범에 대한 관리 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와 교육기관은 졸업앨범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검토해야 합니다.

"졸업앨범, 이제 안 만들래요."

 지난 4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F 씨(현직 교사)
"학부모나 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외모 평가를 당하거나 희화화되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저도 졸업앨범에서 제 사진을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353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앨범을 만들지 말자는 응답이 10명 중 6.7명이었습니다. 또 교사 10명 중 9.3명은 졸업앨범 사진을 활용한 딥페이크 범죄, 사진 합성, 초상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답변했습니다.
특히 앨범에 사진을 넣기 꺼리는 학생이 늘고 있느냐는 물음에도 10명 중 4.5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조성철(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안타깝다'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같이 추억을 공유하는 방식에 있어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졸업앨범을 단순히 추억만들기용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정보를 보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졸업앨범 한 권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당신의 정보를 노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졸업앨범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PD : 엄태원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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