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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봉제공장…쓸쓸히 떠난 재단사
2017-12-13 19:33 사회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는 한 때 재봉틀 소리가 끊기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줄어드는 일감에 이 일대 봉제산업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일이 끊겨 홀로 지내던 한 재단사의 쓸쓸한 죽음이 알려졌습니다.

정하니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례식장 관계자들이 골목 안으로 내려갑니다.

잠시 뒤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들것으로 실려나온 건, 인근 다세대 주택에 살던 50대 남성 유모 씨.

[정하니 기자]
"이웃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유 씨는 이미 숨져 있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이웃은 '유 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사흘 전 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유 씨의 시신 옆에는 빈 술병이 여럿 발견됐고, 바지 주머니에는 이웃이 나눠 준 김치가 봉지에 담긴 채로 들어있었습니다.

홀로 사는 유 씨는 인근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4년간 재단사로 일했지만, 넉 달 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가 됐습니다.

[인근 봉제공장 직원 A씨]
"그 공장이 일이 없어서 한참 놀았어요."

[인근 봉제공장 직원 B씨]
"(유 씨가 생전에) '김장했으면 김치 좀 주라' 그랬는데 가져가서 잡수지도 않고."

이후 유 씨는 술로 시름을 달랬습니다.

유 씨의 사망 원인도 간 질환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웃 주민]
"맨날 술에 취해서 다니더라고."

유 씨가 일한 창신동 '봉제거리'는, 불경기와 공장 해외 이전 영향으로 지금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현장음]
"여기도 있고 여기도, 여기도… 일이 없으니까 지금 다 문 닫고"

그나마 문을 열고 버티고 있는 공장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최승훈 / 봉제공장 사장]
"4분의 3이 줄었어요 일이. 11명이 하다가 지금 3명으로 줄었어요."

한파 속에 전해진 재단사의 쓸쓸한 죽음이 이웃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정하니 기자 honeyjung@donga.com
영상취재 : 김기열
영상편집 : 강 민
삽 화 : 김남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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