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사퇴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출처=뉴스1)"좀 떨리는데 양해를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 앞에 선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 지난 10일 의정활동 1년 6개월 만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당 혁신위원장과 최고위원까지 지낸 인 의원의 깜짝 발표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 취재진도 "예상 못했다"는 반응이었죠. 인 전 의원, 진영 논리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환경에 회의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집니다. "희생 없이는 정치권에 변화가 없어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며 국회를 떠났죠. 인 전 의원의 사퇴를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인 전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 직전, 당 대표실과 원내대표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시 사퇴 뜻을 듣고 장동혁 대표는 "아직 하실 일이 더 많다. 남아달라"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굳힌 결심을 되돌리진 못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고뇌어린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죠.
인 전 의원은 사퇴 발표 약 일주일 전쯤 같은 당 김대식 의원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정치가 안 맞다. 그만두고 싶다"고요. 김 의원이 "이번 임기까지는 채우고 다음 선거에서 불출마를 하라"고 조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력감"
비례대표나 초선 의원들은 특히 인 전 의원의 고민에 공감을 드러냈습니다. 삼성전자 CEO 출신 고동진 의원(초선)은 "최근 본회의에서 인 전 의원을 만나 '정치 너무 힘들다' '내가 더 힘들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 받았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초선 의원으로서 그런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만큼 22대 국회가 최악의 조직"이라고요.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 되고 계엄을 겪고 탄핵이 되고 하면서 거의 독재 체제로 가고 있지 않냐"고 덧붙였습니다.
한 초선 비례 의원도 "인 전 의원이 당 안팎으로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 혁신위원장까지 맡았었지만 정치 쇄신은 쉽지 않았고, 거대 여당의 독주에 무력감만 느꼈을 거란 거죠.
주진우 의원은 SNS에 "우리 당을 떠받치던 기둥이 무너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믿고 의지하고 있었는데, 너무 허전하다"고 썼습니다.
"여야 모두 반성해야"
그제(12일) 필리버스터 시작 전 큰절을 하며 계엄에 대해 사과한 송석준 의원도 인 전 의원 사퇴 얘기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너무 놀랐고 우리 당의 혁신위원장을 역임한 분이 사퇴하는 모습에 스스로도 부끄럽고 숙연해짐을 느꼈다, 착잡한 마음에 공감을 해본다"고요. 송 의원은 채널A에 "의원직을 내려놓을 정도의 심정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여야 모두 가릴 것 없이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원직 사퇴로 문제 풀리나"
국민의힘 일각에선 "의원직 사퇴로 꽉 막힌 정치 풀리겠나" "신념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며 더 맞서야 하는 게 아니겠냐"는 반론도 나옵니다.
인 전 의원의 사퇴로 다음 순번인 이소희 변호사가 비례대표 자리를 승계받을 예정인데요. '휠체어 타는 변호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 변호사는 인 전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때 혁신위원을 지낸 인연이 있습니다.
"진영 논리만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한다"고 한 인요한 의원의 메시지, 여야 반성과 협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요.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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