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교육에 참석해 '변화'를 언급했다. (출처 : 뉴스1)"갑자기 변하겠다는데 어떻게 변하겠다는 말이 없다."
사흘 전(19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변화' 선언을 두고 한 초선 의원이 보인 반응입니다. 최근 의원들과 릴레이 경청 행보에 대해 "장 대표는 듣기만 해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변하긴 할 건가"라며 답답함을 호소해온 의원들의 정서를 보여줍니다.
장 대표는 12·3 계엄 1주년을 앞두고 지난 한 달간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게 저"라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지난 3일 내놓은 메시지는 "12·3 비상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였습니다. 당은 뒤집어졌습니다. 마치 계엄을 정당화 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가는 듯한 얘기를 했기 때문이죠.
당내에서 "장동혁은 끝났다" "장동혁으로 지방 선거 못 치른다" "장동혁 지도부는 붕괴하고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장동혁 사퇴'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장 대표는 그래도 '마이 웨이'였습니다. 본인만 제외하고 송언석 원내 지도부와 초·재선 의원 25명이 계엄에 사과하면서 '장동혁 고립' 여론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6일.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오히려 "제가 계획했던 타임라인과 스케줄이 있다"고 하면서 나름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난 여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그리고 지난 19일 국민의힘 충북도당 당원교육에 참석해 14분 연설 간 '변화'를 14번 언급했습니다. 계엄은 잘못됐다며 "이기기 위해선 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는 왜 지금 변화를 말했고, 어떻게 변한다는 걸까요.
당대표로 선출된 곳에서 '변화' 선언
일단 시기는 연말을 넘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 관계자는 "올해 안에 계엄과 탄핵이란 '과거' 문제는 털고, 새해엔 지방선거 모드로 가야한다"며 "새해맞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바닥을 찍는 게 오히려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모든 타임라인의 중심엔 선거가 있다는 겁니다.
장 대표는 최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특검이 끝나는 12월을 기점으로 우리 당의 기조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늘(22일)부터 본회의와 필리버스터가 예정돼있고, 이후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연휴가 이어집니다. 늦어도 지난 주말까진 메시지가 나왔어야 하는 셈입니다.
변화 선언 장소는 자신의 고향인 충청, 그중에서도 당원들이 모인 곳을 선택했습니다. 당초 지도부는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기조 변화를 설명하는 자리와 구체적 안을 제시하는 자리는 분리해 가야한다"며 "당원들 앞에서 차분히 설명하는 쪽이 설득력 있고 기자 간담회보다는 각을 덜 세워도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8월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처 : 뉴스1)특히 청주 오스코는 지난 8월 장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가 열린 곳이기도 했습니다. 리더십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자신은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권력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최적의 공간인 겁니다.
장 대표는 이날 "작년 12월 3일 저는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다"며 "계엄 해제에 빚이 없는 저를 당원들께서 선택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기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이겨야 한다"며 "이기기 위해서 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지 기반인 강성층에게 변화를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명분을 완곡하게 설명한 겁니다. 충청도식 화법입니다. 장 대표는 현장에서 예정된 원고를 읽지 않고 즉석 연설을 했다고 합니다.
"지켜보자" vs "공허한 구호"
당내 여론은 갈립니다. "변화를 말했으니 일단 지켜보자"(재선 의원)는 쪽과 "말 뿐인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초선 의원)고요. 특히 친한(한동훈)계와 소장파는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사건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한 전 대표와 함께 가지 않거나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않고선 외연 확장도, 지방 선거 승리도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장 대표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당원 게시판 사건을 문제 삼지 않는 방향으로 가진 않을 것이란 게 지도부 내부 기류입니다. 일단 지도부는 당무감사위원회의 당원 게시판 조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당 관계자는 "부자연스럽게 소통을 했다가는 나중에 반드시 탈이 난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는 그동안 당원들이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고 있고, 비슷한 사안이 벌어졌을 때 적용할 원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장 대표가 임명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당원 게시판 사건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사실상 한 전 대표가 연루됐음을 시사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무감사위 결과와 관계 없이 장 대표의 정무적 판단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예컨대 당무감사위가 한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이상 결정을 내리더라도, 지도부가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식으로 한 전 대표에게 보궐선거 출마 기회를 주는 식입니다. 지도부 인사는 "한 전 대표가 당에 들어와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 전에 한 전 대표가 당원들의 거부감에 대한 달라진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대표로서도 당원 게시판 문제는 털고 가는 게 낫다"며 "징계를 줄 건 아니고,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본인 입장을 내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다른 친한계 인사는 "당 대표가 됐다고 절대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당내 민주주의, 그리고 익명성이 보장된 당원 게시판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를 무시하고 왕처럼 행세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8월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장동혁 수석 최고위원이 국회의원 연찬회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 뉴스1)'전략적 모호성' 유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 문제도 장 대표가 굳이 언급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재선 의원은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나는 2월엔 반드시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고, 사과를 해야한다"며 "그때가 마지막 기회인데 선거 직전이기 때문에, 그래서 12월에 털었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성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당원 게시판 사건이나 윤 전 대통령과 절연 문제에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연 확장을 위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끌고 가면서 다른 방식으로 운동장을 넓히겠다는 겁니다. 지도부 한 인사는 "아스팔트 우파가 '공짜'인 시대는 끝났다"며 "'선거 때면 그 사람들이 민주당을 뽑겠나. 우리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건 과거 논리"라고 했습니다.
당내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한 의원은 "애매모호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선택을 요구 받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스텝이 꼬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가 아무리 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옳은 걸 얘기해야지 옳지 않은 걸 얘기하면 안 된다"며 "그럼 민주당과 다를 게 뭔가"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도 "왜 덧셈 뺄셈을 못하나"라며 "강성층 마이너스보다 중도층 덧셈이 훨씬 크다"고 했습니다. 이어 "낮에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생각하다가 저녁에 유튜버들이 하는 말에 휩쓸리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지도부는 외연 확장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당 관계자는 "사람을 넓게 쓸 것"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을 중도 개혁 성향 인사로 지명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또 그동안 원내를 대상으로 했던 경청 행보를 원로·전문가 등 당 밖으로 넓히고, 대표에게 직언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인 특보단도 꾸릴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지방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인재영입위원회를 꾸리는 게 목표입니다.
장 대표와 비토 세력 어느 쪽이 당 주도권을 쥘지는 결국 여론에 달렸습니다. 현재로선 "비대위로 전환은 가능성 없다"는 게 당내 중론이지만,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찍는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지도부의 리더십은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에게 비판적인 당내 의원들과 기초단체장들이 함께 갈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내 쪽으로 통합하라"고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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